법무부 새해 업무보고…'한국형 제시카법' 5월 국회 제출 국내 체류 외국인 정책 총괄 '출입국·이민관리청' 신설
법무부가 출소한 고위험 성범죄자의 주거지를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을 추진키로 했다.
출입국·이민 정책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반(反)법치' 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법무부는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3년 5대 핵심 추진과제'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법무부는 재범 우려가 큰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하면 초·중·고등학교, 어린이집, 유치원 등 미성년자 교육 시설에서 500m 안에 살지 못하도록 하는 전자장치부착법 개정안을 5월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할 때마다 주거지를 둘러싸고 증폭되는 사회적 논란과 국민 불안을 해소하려는 차원이다.
다만 거주 이전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고려해 범행을 반복했거나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자로 대상을 한정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거주 제한 반경은 최대 500m 범위에서 사안별로 법원의 결정을 받기로 했다.
아울러 수용시설이나 보호시설에 거주하도록 법원이 지정한다면 거리 제한에 예외를 둘 계획이다.
이 법이 실제로 시행되면 고위험 성범죄자는 교육 시설이 촘촘한 대도시에선 사실상 거주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출소한 성범죄자 가운데 조두순과 박병화가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업무보고 뒤 "제시카법은 형벌이 아닌 보완 처분 규정이라 이중 처벌이나 소급 문제가 없어 (도입 전에 출소한) 위험성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도 적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위 말하는 '괴물'들에게 적용하겠다는 것으로, 구체적인 숫자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5인 이상 다수 피해자가 있는 성범죄자가 생각보다 많이 수감돼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또 마약청정국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 서울·인천·부산·광주 지역 검찰청에 마약범죄 특별수사팀과 다크웹(특정 프로그램을 이용해야만 접속 가능한 사이트) 전담수사팀을 1분기 이내에 설치한다.
기업인으로 행세하며 주가조작 범죄 등을 벌이는 조직폭력배를 척결하기 위해 전국 18개 지방검찰청에 검·경 수사협의체를 구축하고 상반기 안으로 폭력조직 정보를 공유한다.
한 장관은 "대통령께도 말씀드렸지만 2023년 대한민국에 깡패와 마약은 공공의 적"이라며 "강력하게 단속해야 맞고, 그런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다 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상반기 '출입국·이민관리청'(가칭) 신설도 추진한다.
한 장관이 취임부터 강조한 중점 사안이다.
기록적인 저출산·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가 꾸준히 감소하는 현실에서 날로 느는 국내 체류 외국인을 활용하는 정책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당장 닥친 일손 부족을 외국 인력으로 대신하기 위해 '저숙련 비자 트랙'으로 11만명을 입국하도록 하고 '고숙련 비자 트랙'도 신설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연간 취업비자 총량 사전 공표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국가 경제와 국민의 불편을 볼모로 한 불법 집단행위자를 더 강하게 처벌하도록 사건 처리 기준도 바꾼다.
노동조합의 파업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정치적 선동, 사익 추구를 노린 온라인 마녀사냥, 좌표 찍기, 허위사실 유포 범죄에도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한 장관은 "반법치 행위에 대한 원칙 대응은 국민이 윤석열 정부를 선택해 준 이유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양형이라든가 법 집행, 수사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법을 적용하고 엄정하게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사 지연, 부실 수사 등 개정 형사법령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검·경의 업무를 규율하는 수사 준칙도 상반기 안에 개정한다.
대검찰청 정보관리담당관실을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렸던 옛 수사정보담당관실 수준으로 복원한다.
검찰 내 공정거래·범죄수익환수 등 전문부서 증설을 추진하고, 국가 디지털포렌식 클라우드시스템·가상화폐 추적시스템도 도입한다.
론스타 사건과 같은 국제투자 분쟁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자 국제법무 업무를 총괄하는 '국제법무국'(가칭)을 올해 상반기에 신설한다.
범죄 피해자 맞춤형 원스톱 지원체계를 올해 6월에 마련하고, 검찰 내 여성·아동범죄 조사부와 피해자지원 전담부서 증설을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추진한다.
한 장관은 헌법재판소의 사형제 위헌 심판에 대해선 "아직 범죄에 대한 위화력이 있어 존치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합당한 결론이 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기업환경과 시스템을 과감하게 개선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 경제성장을 이끄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법무행정을 추진하라"며 "더 많은 경제적·문화적 가치를 창출하고 공정하게 풍요를 누릴 수 있도록 국가기관이 협력해 이권 카르텔을 막아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