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진 尹心' 확인하고 접은듯…尹대통령과 물밑 소통 노력도 무산 관측
윤심 이탈로 인한 '반쪽 당대표' 우려에다 설연휴 지지율 하락도 작용한 듯
윤핵관에 맞서 '전의' 불태우던 나경원, 막판 불출마 왜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최대 변수였던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전격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간 불출마를 압박하는 친윤(친윤석열)계를 향해 '제2의 진박(진실한 친박) 감별사'라고 쏘아붙이며 막판까지 출마 의지를 다졌기에 이날 불출마 선언은 다소 예상을 벗어난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 결정엔 결국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나 전 의원은 지난 10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한 뒤 보름 가까이 잠행하면서 윤 대통령과 소통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는 후문이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총재,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 등 보수진영 원로들을 두루 만나는 한편,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을 접촉해 윤석열 정부에서 자신의 역할 등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멀어진 윤심'만 확인하고 결국 출마를 접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신의 해임에 대해 '대통령의 본의'를 거론함으로써, 윤 대통령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윤심이 등을 돌린 상황에서 설사 당 대표가 된다고 하더라도 '반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결정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

연휴 직전만 해도 참모진들 사이에서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출마 의지가 강력했지만, 사나흘 사이 불출마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데엔 흔들리는 지지율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탄탄한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 대중적 인기에 '친윤' 인사라는 점 때문에 지난 연말부터 연초까지 1위를 달리던 지지율에도 균열이 생겼다.

설 연휴 기간 발표된 몇몇 여론조사에선 3위로 내려앉기도 했다.

친윤 진영과 반목하면서 낙인찍힌 '반윤 프레임'으로 당원협의회 일정을 잡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인데다, 대규모 당원선거를 치를 만큼 자금과 조직이 충분하지 않은 것도 걸림돌이 된 걸로 보인다.

나 전 의원 가족들도 출마를 만류했다는 후문이다.

윤핵관에 맞서 '전의' 불태우던 나경원, 막판 불출마 왜
나 전 의원은 전날 참모진 회의 막판까지도 출마·불출마 선택지를 놓고 고심하다, 이날 입장 발표 예정 시간 2시간여 전인 오전 9시가 넘어서야 '불출마'로 최종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 일각에선 나 전 의원의 당권 도전 '회군'과 맞물려 정권 초 인사 검증 과정에서 드러난 '부동산 투기' 의혹이 발목을 잡았다는 관측도 나왔다.

다만 나 전 의원은 이날 불출마 입장을 밝힌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불출마에 있어서 다른 후보·세력의 요구나 압박을 받고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를 도왔던 박종희 전 의원도 이날 기자들에게 "나 전 의원이 야당 원내대표를 할 때 패스트트랙 (재판) 등을 하면서 얼마나 (검찰에서) 털었겠냐만 떳떳하다"며 "신당동 (건물) 건도 대출 중도 상환 등을 다하고 나니 1천604만원이 남았고 다운계약서도 없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의원은 "대장동에 땅이 있다는 소문도 시부가 1989년에 받아야 할 돈을 땅으로 받은 것이며, 고압선이 지나가서 사용료를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핵관에 맞서 '전의' 불태우던 나경원, 막판 불출마 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