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영주귀국 지원 대상 350명 중 228명 아직 러시아서 생활
"하늘길 끊기고 바닷길은 표 구하기 어려워"…정부 대책 마련
사할린 동포들, 우크라 사태로 고국 땅 못 밟고 애태워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러시아와 한국을 잇는 하늘길이 끊기면서 지난해 우리 정부가 영주 귀국 지원 대상자로 선정한 사할린 동포 절반 이상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사할린이산가족협회와 외교부 등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작년 9월 영주귀국 및 정착지원 사업 대상자로 선정한 사할린 동포 1세와 동반가족은 모두 350명이다.

이 가운데 80대 고령인 동포 1세는 13명이다.

동반 가족들은 195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에 출생한 이들로 알려졌다.

지원 대상에 선정된 사할린 동포 1세와 동반 가족 대부분은 러시아 극동 사할린주에 거주하고 있으며, 일부는 연해주·하바롭스크주 등 러시아 내 다른 지역이나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에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정부 계획대로라면 사할린 동포들은 작년 10월까지 모두 한국으로 들어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한국과 러시아를 오가는 항공기 직항편 운항이 중단된 영향 등으로 계획은 지연됐다.

현재 한국과 러시아를 곧바로 잇는 유일한 여객 운송 수단은 1주일에 한 번씩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와 강원도 동해를 오가는 카페리(여객·화물 겸용선)가 유일하다.

만약 사할린 동포들이 항공편을 이용해 한국으로 들어오려면 몽골 등 제3국을 경유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하지만 고령자들은 건강상 이유로 항공편을 여러 번 갈아타는 게 쉽지 않다.

형편상 항공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이들도 있다.

대안으로 바닷길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마저도 표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런 까닭에 지난해 영주 귀국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350명 가운데 한국으로 들어온 사할린 동포는 122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러시아에 남아있는 나머지 동포 228명은 하루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사할린 동포 2세인 박경춘 사할린이산가족협회장은 "'언제 한국으로 들어갈 수 있냐'는 동포들 문의 전화가 하루가 멀다 하고 걸려온다"며 "동포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한국 정부가 화상통화 등으로 일정을 알려주면 좋을 것 같은데 이런 조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인 동포 1세들의 건강 등을 고려할 때 한국 정부의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외교부와 대한적십자사 등은 개별 입국을 희망하는 동포 외에 나머지 인원들이 배편을 활용해 단체로 귀국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재외공관을 통해 단체 귀국 희망자를 조사한 뒤 카페리 운영사 등과 협의하고, 고령인 동포들을 돕기 위해 대한적십자사에서 현지에 직원도 파견할 계획이다.

하지만 블라디보스토크와 강원도 동해를 오가는 카페리가 오는 26일 이후 보름가량 수리에 들어가는 까닭에 단체 귀국은 오는 2월 말 또는 3월 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사할린 동포분들의 영주 귀국 지원이 지연되고 있다"며 "관계부처 등과 협의해 동포분들이 조속히 입국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할린 동포는 일제강점기인 1939년부터 군수 물자 조달 등을 위해 러시아 극동 사할린주에 강제 징용됐지만, 1945년 8월 해방 후에도 냉전체제가 지속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한인과 그 후손들이다.

2020년 12월 기준으로 사할린주에 거주하는 한인 수는 2만6천여 명 정도로 추산된다.

한·일 양국정부는 1990년대 초부터 2015년까지 공동예산을 들여 사할린 동포의 영주 귀국을 지원했으며, 2016년부터는 우리 정부가 단독으로 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2021년부터 시행된 '사할린 동포 지원에 관한 특별법'(사할린동포법)에 따라 영주 귀국에 필요한 항공운임 일부와 초기 정착비, 임대주택 등을 지원하고 지원대상도 확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