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없는 첫 설 명절…터미널·역 오전부터 '북적'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아이들 모두 데리고 귀향"
"3년만에 온가족 모여"…설 연휴 '대이동' 시작
거리두기 전면 해제 후 처음 맞는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20일 오전부터 귀성 행렬이 시작됐다.

이날 서울역과 고속버스터미널 등은 일찌감치 고향을 찾으려는 귀성객으로 아침부터 붐볐다.

귀성객들은 몇 년 만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설에 온 가족이 만날 수 있게 됐다며 기대에 부푼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9시께 찾은 서울역에는 고향으로 가는 기차를 타려는 이들이 선물 상자를 들고 끊임없이 밀려 들어왔다.

역 안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서 안마기나 화장품, 건강식품을 고르기도 했다.

역사 내 전광판에는 부산, 동대구, 대전, 포항, 진주, 전주 등 주요 역으로 가는 열차 대부분이 '매진'됐다는 표시가 떴다.

혹시라도 있을 입석을 구하기 위해 창구에서 줄을 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부산에 내려간다는 직장인 김진만(35)씨는 연휴 기차표를 구하지 못해 이날 휴가를 내고 하루 먼저 집으로 간다고 했다.

김씨는 "작년까지는 그래도 원하는 시간대에 표를 구할 수 있었는데, 확실히 코로나19 이전 분위기로 회복되면서 표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번 설 만큼은 그동안 잘 모이지 못했던 가족이 다 함께 모여 명절을 쇠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경남 양산으로 가는 대학생 최산(20)씨는 "작년에는 소가족 단위로 모였는데 이번엔 대가족이 모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44)씨는 "두 딸을 모두 부모님집으로 데려가는 건 코로나19 이후 처음이다.

손녀 둘을 한 번에 보시면 부모님이 매우 좋아하실 것 같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김해행 기차를 기다리던 최모(64)씨는 "이번에 딸, 아들, 며느리, 사위가 모두 모이기로 했다"며 "그동안은 명절 때마다 꼭 1명씩 코로나에 걸려 빠지곤 했는데 다 같이 모이는 건 오랜만이라 너무 좋다"고 말했다.

"3년만에 온가족 모여"…설 연휴 '대이동' 시작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경부선 대합실 역시 귀성 버스에 오르려는 시민으로 빼곡했다.

대학생 신하율(21)씨는 "고향인 포항에 가야 하는데 오늘, 내일까지 KTX 취소 표가 나올까 봐 새벽까지 예매 앱을 체크했지만 결국 버스를 타러 왔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34)씨 역시 "코로나19 이후 아무리 명절이어도 출발 직전에 어떻게든 기차표를 구할 수 있었는데 이번엔 실패했다"고 했다.

그는 "거리두기가 완전히 없어지면서 고향 가려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며 "예비용으로 버스표를 끊어두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속버스도 현장에선 표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주요 도시로 가는 이날 버스표는 대부분 매진됐다.

하차장에선 '역귀성'을 한 장년층·노년층도 눈에 띄었다.

부산에서 혼자 올라온 최학선(66)씨는 "딸 둘이 모두 서울에 살아서 그냥 내가 올라왔다.

두 집이 움직이는 것보다는 나 하나 올라오는 게 빠르지 않으냐"며 "멀미도 나고 좀 힘들어도 오랜만에 온 식구가 모인다니 기대된다"고 말하며 환히 웃었다.

고속도로는 이날 오전부터 귀성 차량으로 정체가 시작됐다.

도로교통공사에 따르면 정오 기준 승용차로 서울 요금소를 출발해 전국 주요 도시까지 걸리는 예상 시간은 부산 6시간 10분, 울산 5시간 50분, 대구·광주 5시간 10분, 강릉 2시간 40분, 대전 3시간 10분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