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헌법상 적법 절차 원칙 위배"…개선 권고
피신고 사실 설명없이 정학 징계 준 대학…"방어권 침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서울 모 대학 총장과 인권센터장에게 학칙을 어겨 조사를 받는 학생의 방어권이 보장되도록 인권센터 규정을 보완하라고 권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대학 재학생 A씨는 비대면 수업을 함께 수강한 다른 학생에게 모욕적인 내용의 메시지를 전송했다는 이유로 학내 인권센터에서 조사를 받았다.

그는 이 과정에서 센터 측이 피신고 사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 등 피조사자 방어권을 침해했다며 2021년 8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4월 처음 피신고 사실을 접했으며 그해 6월 말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

A씨는 전화로 한 차례 조사를 받고서 그 두 달 뒤인 8월 유기정학 2주의 징계를 확정받았다.

센터 측은 신고 학생에 대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신고 내용은 간략하게 안내하고 대면조사할 때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방문 시기를 알려달라는 메일에 답변하지 않으면 '항변 포기'로 간주한다는 사실을 고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징계 등 불이익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사건 당사자로서는 피신고 내용을 어느 정도 정확히 인지해야 방어권 행사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센터가 징계심의위원회 개최를 하루 앞두고서야 유선 조사를 한 차례 진행한 것은 물론 징계를 결정하면서 미리 이의신청 기각을 결정한 것도 방어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인권센터 규정에 피신고자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관련 제도가 없어 진정인이 소명할 기회를 보장받지 못했다"며 "이는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불이익 처분이 예상되는 피신고인에게 교내 인권위원회 개최 사실을 통지하고, 의견진술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도록 인권센터 규정을 보완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또 징계대상자의 이의신청 권리를 사전에 제한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