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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리더의 시각
홍지환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연구위원

[마켓PRO] 급락한 글로벌 리츠…그럼에도 "살 때는 아니다"


글로벌 리츠 지수는 2021년 유례없는 강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2022년에는 금리 상승, 경기 악화 우려를 반영하며 급락했다. 지난 1년간의 가격 조정으로 리츠 밸류에이션 멀티플(P/FFO)은 다시 낮아졌고, 실물 상업용 부동산 대비 리츠가 저렴한 가격 구간에 진입하게 됐다. 이를 근거로 리츠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하나 글로벌 리츠의 투자 매력도는 여전히 높지 않다고 판단한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경기 악화가 선행되어야 하고,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 상황은 리츠에 부정적이다. 리츠의 임대수익을 '임대료(P) x 임대면적(Q) – 비용(C)'으로 단순화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축소되고 경기 우려에 임대수요가 줄면서 임대료 인상률이 지금처럼 높게 유지되기 어려워졌다. 자금조달비용이 높아지며 유상증자나 차입을 통한 신규 자산 편입(임대면적 확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이자 비용, 보유세, 유지보수 및 관리비와 같은 비용은 금리 및 물가 상승분이 후행적으로 반영되며 내년에도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리츠 P/FFO 멀티플의 분모를 구성하는 FFO(Funds From Operations, 운영수익) 전망치에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가 충분히 반영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리스크 관리가 여전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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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리츠와 실물 부동산은 위험도가 낮은 국채, 투자등급 회사채 대비 투자 매력이 낮은 인컴 수익률(배당수익률, Cap Rate)을 제공하고 있다.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경기 불안감이 높아지는 상황 속 향후 임대수익이 하락하며 낮아진 멀티플이 재상승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글로벌 리츠 시장에 대해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리츠 배당수익률 및 Cap Rate 상승 압력 점증

일반적으로 리츠의 인컴(Income) 수익률은 배당수익률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리츠 시장에서 약 70%를 차지하는 미국 리츠의 의무배당 기준은 세전이익이기 때문에 실제로 리츠가 벌어들이는 이익 대비 배당수익률이 적게 잡힌다. 따라서 미국 리츠의 경우 배당수익률 대신 내재 자본환원율(Implied Cap Rate)을 통해 국채 및 회사채 수익률과 비교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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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리츠의 연간 순영업수익(NOI)을 시가총액과 부채를 더한 값으로 나누어 내재 자본환원율을 산출할 수 있다. 스프레드 추이(리츠 Implied Cap Rate-리츠 대비 위험도 낮은 BBB급 회사채 수익률) 기준, 미국 리츠의 내재 자본환원율은 과거 대비 충분히 높지 않다. 2015~2019년 미국 리츠의 스프레드는 평균 2.22%였지만, 현재 0.20%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미국보다 스프레드 축소 폭은 낮지만, 싱가포르, 호주, 유럽도 비슷한 상황이다. 최근 2년간 금리 상승이 크지 않았던 일본 리츠만 과거와 유사한 스프레드로 거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물 상업용 부동산 시장 냉각기 진입

일반적인 상업용 부동산 가격 지수는 거래 기반(Transaction-based)이기 때문에 내재 가치 변화에 후행하는 특성을 보인다. 느리게 움직이는 실물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금리 상승에 따른 자본환원율(Cap rate) 상승 압력이 거세지며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 지수는 2022년 8월 이후 3개월 연속 하락했으며, 공급 증가와 수요 약화가 동시에 나타난 아파트의 가격 조정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팬데믹 이후 중남부 선벨트(Sunbelt) 도시로의 회사 이전, 인구 유입이 지속되면서 동·서부 대도시의 가격 상승률 둔화가 더 빨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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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블랙스톤이나 스타우드, 하트만 등 대체투자 운용사들이 비상장 리츠 및 부동산 펀드 환매 제한 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둔화될 가능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꾸준히 상승해온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하락 반전하며 상장 리츠의 펀더멘털 부담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2022년 12월 블랙스톤은 690억달러 규모의 주력 비상장 리츠인 '블랙스톤 리얼 에스테이트 인컴 트러스트(이하 BREIT)'의 환매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환매 요청 규모가 월 한도(순자산 대비 2%)와 분기 한도(순자산 대비 5%)를 넘어섬에 따라 전체 인출 요청의 43%만이 최종적으로 승인되었다. 스타우드 캐피털이 운용하는 262억달러 규모의 '스타우드 리얼 에스테이트 인컴 트러스트(이하 SREIT)'도 11월 투자자 환매 요청이 월 한도(순자산 대비 2%)를 넘어서자 일시적으로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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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혹독한 한 해를 보낸 미국 상장 리츠와 달리 비상장 리츠는 플러스(+) 총 수익률을 내며 아웃퍼폼했다. 상장 리츠의 가치 평가는 증권 시장 내에서 실시간으로 이루어지지만, 비상장 리츠는 보유 자산의 월간 감정평가를 통해 가격이 매겨진다. 특히 실물 부동산의 경우 거래 과정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내재 가치 및 매크로 환경 변화가 가격에 즉각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 다만 거래 협상 가격, 계약 가격을 바탕으로 가치를 매기는 평가기반 가격 지수는 2022년 4월 고점 대비 13.4% 하락한 상황이다.

물론 미국 비상장 리츠 및 부동산 펀드 시장의 환매 요청액이 아직은 크지 않고, 최근의 이벤트는 2020년과 같이 단기 이슈에 그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상당수의 연기금이 투자금 인출을 요청했지만, 실물 부동산 시장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자 철회한 바 있다. 그러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회복하지 못하고 돈을 돌려 달라는 투자자가 계속 늘어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환매를 위해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리츠와 펀드가 늘수록 가격 하락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BREIT는 라스베이거스 호텔 2곳의 지분(55억달러)을 매각해 환매 자금을 마련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