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럽 대도시에서 앱으로 주문해 마약을 수령하는 비대면 거래가 성행하고, 남미의 마약 범죄조직들이 유럽을 장악하기 위해 마수를 뻗치는 등 유럽이 '마약 쓰나미'로 몸살을 앓고 있다.

16일(현지시간) AFP통신은 프랑스 파리 같은 유럽의 대도시에서는 마약 구입이 피자 배달을 받는 것처럼 쉬워졌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뒷골목에서 마약상을 만날 필요 없이 '왓츠앱'이나 '시그널' 같은 메신저 앱으로 마약을 주문하면 약 20분 만에 집으로 배달받을 수 있다. 가격은 1g에 70유로(약 9만원) 정도다.

파리 경찰 마약수사반을 이끄는 버지니 라하이 국장은 "마약 소비자들은 음식배달앱 '딜리버루'의 배달원같이 생긴 전달책으로부터 마약을 받는 것을 선호한다. 도시 외곽의 음침한 장소로 찾아가기보다 훨씬 쉽다"고 말했다.

유럽 마약·마약중독감시센터(EMCDDA)에 따르면 2021년 유럽의 코카인 사용자는 350만명에 이른다. 이는 20년 전의 4배에 해당한다. 또 2021년 유로폴이 압수한 코카인이 240t으로 10년 전의 5배로 늘었다.

유로폴은 유럽의 코카인 시장 규모가 76억∼105억유로(10조1000억∼1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유럽에서 소비되는 코카인의 원산지는 콜롬비아나 볼리비아, 페루 등 남미 국가다.

이미 포화상태인 미국 마약 시장과 달리 유럽에서는 코카인이 미국보다 50∼100% 높은 가격에 팔리고, 마약범죄 형량이 상대적으로 덜 무겁고 운반 수단이 다양하다는 점이 유럽 시장으로 마약이 몰리는 이유다.

남미의 마약 조직들이 유럽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벨기에 안트베르펜, 네덜란드 로테르담, 독일 함부르크, 프랑스 르아브르 등 주요 거점에서는 관련 범죄가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럽의 주요 마약 유입 통로인 안트베르펜에서는 길거리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는 등 최근 5년간 200건 이상의 마약 관련 범죄가 발생했다.

지난주에는 11세 소녀가 주택가 집안으로 날아든 총탄에 맞아 숨졌고, 지난해 5월 안트베르펜 인근 되르네에서는 마약과 연관된 가족이 사는 주택이 폭탄 공격을 받기도 했다.

2020년에는 네덜란드 경찰이 마약 조직에서 감옥 겸 고문 장소로 이용한 컨테이너를 발견했으며, 지난해 9월에는 법무부 장관 납치 계획을 적발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