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는 다르다' 전전긍긍 민주당 '힐러리 이메일 논란' 재현 우려
기밀정보 관리체계 허점 지적 목소리도 "대통령 한 명에 권한 집중"
트럼프 비판하더니 본인도 기밀유출…바이든 재선길 대형악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저에서 기밀 문건이 연이어 발견되면서 재선 도전 공식선언을 앞둔 그에게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특히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이메일 논란'의 악몽이 재현하는 것은 아닌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바이든 현 대통령까지 기밀을 허투루 다뤄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국의 기밀정보 관리 체계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 중간선거 전 발견하고도 2달 뒤에야 '실토'…재선 악영향?
현지시간으로 이달 9일 바이든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워싱턴 사무실인 '펜 바이든 외교·글로벌 참여 센터'에서 기밀 문건이 포함된 정부 문서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12일, 14일에도 부통령시절 기밀 문건이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바이든 대통령 자택 차고 등에서 발견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특히 작년 11월 8일 치러진 중간선거 6일 전인 같은 달 2일 해당문건을 발견하고도 중간선거가 끝난 지 약 2개월이 지난 뒤에야 이러한 사실을 공개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보다도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기밀문서 불법 유출을 강도 높게 비판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 '내로남불'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패해 재선이 좌절되자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으로 다량의 기밀문서를 유출해 보관했고, 결국 미 연방수사국(FBI)이 압수수색을 통해 이를 회수한 바 있다.

파문이 확산하는 가운데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 수석차관보와 메릴랜드주 연방검찰청 검사장을 지낸 전직 검사인 한국계 로버트 허 변호사를 특별검사로 전격 임명해 조사에 돌입했다.

트럼프 비판하더니 본인도 기밀유출…바이든 재선길 대형악재?
공화당과 언론의 공세 수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하원 공화당 감독·책임위원회는 기밀 서류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정보 취급을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집중적으로 배포하며 비판 여론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언론도 백악관을 향해 "이 문제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출마 결정에 영향을 끼치겠느냐"는 날 선 질문을 쏟아냈다.

키샤 보텀스 선임 홍보보좌관은 "이런 질문을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

스스로 답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언론담당 부보좌관만 비슷한 질문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14일 전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 통신은 "기밀 문건을 발견했다는 최초 발표를 2개월이나, 중간선거 이후까지로 미룬 결정 탓에 대통령의 투명성 공약에 대한 비난이 커졌다.

대통령과 그 관계자들의 투명성은 주중 계속 비틀대기만 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주말 문제의 윌밍턴 사저로 이동했다.

향후 대응을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비판하더니 본인도 기밀유출…바이든 재선길 대형악재?
◇ 개인 이메일로 기밀 주고받았다가 '대권 낙마' 힐러리 사례 재현 우려
민주당은 이번 논란이 2016년 미 대선에 민주당 대선후보로 출마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 스캔들'과 같은 상황으로 확대되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더힐은 전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개인 이메일 서버를 사용해 기밀 정보를 주고받은 사실이 2015년 드러나면서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감수해야 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당시 편의를 위해 국무장관에 취임한 후 개인 이메일 계정과 서버를 유지했을 뿐이라며 의혹을 부인했지만, FBI가 클린턴 전 장관의 계정에서 높은 등급의 기밀 정보를 대거 찾아내면서 거짓말 논란까지 불거졌다.

결국 이 스캔들이 선거 기간 내내 그의 발목을 잡았고 대선 패배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FBI는 투표일 바로 전날 사실상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지만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 쪽으로 기울어버린 추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민주당 내부에선 사실상 재선 도전의 공식선언만 남겨둔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한 전략기획 분야 관계자는 더힐에 "이 사건은 대통령에게 작지 않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같은 기밀문건 유출이라도 '유출 사실을 먼저 언론에 밝히고 당국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바이든 대통령은 정반대 행태를 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의 전략 전문가인 로델 몰리노는 "(바이든의 문건 유출과 트럼프의 문건 유출은) 전혀 다르다"면서 "하지만 공화당은 이 사건을 워터게이트 이후 최악의 스캔들로 비화시키려 할 것이다.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저쪽(공화당)이 전가의 보도를 잡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휘두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비판하더니 본인도 기밀유출…바이든 재선길 대형악재?
◇ 관리 시스템 없고, 대통령에 권한 집중…기밀관리 시스템 부실 지적도
비슷한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미국의 기밀 관리 체계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

미국에서 국가기밀은 공개됐을 때 국가안보에 얼마나 위해가 되는지에 따라 대체로 3단계(컨피덴셜, 시크릿, 톱 시크릿)로 분류된다.

우리나라의 1∼3급 기밀 분류와 비슷한 체계다.

여기에 미국은 극도의 최대 보안성을 요구하는 특별한 정보를 '특수비밀정보'(SCI)로 추가 분류한다.

이런 방식은 2차 세계대전부터 냉전 등을 겪으며 확립된 분류체계다.

기밀 정보로 분류되면 일정 등급 이상의 보안 등급을 보유하지 않은 경우 접근이 제한된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 정부가 모든 기밀정보의 '목록'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새로운 기밀문건이 생성되거나 기밀정보의 복사본이 만들어졌을 때 그와 관련한 현황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없는 까닭에, 기밀 문건이 대통령 사저나 사무실로 이송·전송된다 해도 현실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국가기밀 관련 권한이 대통령 한 명에게 절대적으로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부작용은 예견 가능한 것이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련분야 전문가인 매슈 코널리 컬럼비아대 사학과 교수는 NYT 기고문에서 "국가 안보 관련 정보가 무엇인지, 누가 여기에 접근할 수 있는지를 결정한 권한을 대통령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이런 (권한 독점) 형태는 미국의 정치 분야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며 "실질적인 균형이나 견제도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