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13일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올해 처음으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금통위에서 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3명이 연 3.5%, 나머지 3명이 연 3.75%의 최종 금리를 제시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13일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올해 처음으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금통위에서 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3명이 연 3.5%, 나머지 3명이 연 3.75%의 최종 금리를 제시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13일 열린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은 것은 물가 안정을 위해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경기 하강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 속도를 늦추면서 금리 인상 기조는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한은이 이날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대신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배경이다.

○“아직도 물가 높다”

힘 실리는 기준금리 年 3.5% 정점론…"연내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 물가는 석유류 가격 오름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가공식품 가격 상승폭 확대, 전기·가스 요금 인상 영향 등으로 지난해 12월에도 5%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했다”고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은 뒤 둔화하고 있지만 5월 이후 8개월째 5%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의 향후 1년간 물가 상승률 기대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지난해 12월 3.8%로 아직 3%대 후반에 머물고 있다. 금통위가 여전히 ‘물가’에 방점을 찍은 이유다.

하지만 이번 금통위는 작년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우선 금리 인상에 반대하는 금통위원의 소수의견이 제기됐다. 신성환·주상영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연 3.25%로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금통위에서 만장일치가 아니라 소수의견이 나온 건 한은이 역대 두 번째 빅스텝을 단행한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소수의견을 낸 신성환·주상영 위원은 빅스텝이 아닌 0.25%포인트 인상 의견을 냈다. 이번처럼 금리 인상에 반대하며 동결을 주장한 건 아니었다.

금통위가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도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날 결정문에는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문구가 담겼다.

지난해 11월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금리 인상을 직접적으로 강조한 것과는 차이가 난다. 향후 추가 금리 인상에 고려할 요인으로 ‘성장의 하방위험’을 강조한 것도 눈에 띈다. 직전 금통위에서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지속 정도’를 앞세웠다. 금통위는 “금년 성장률이 지난해 11월 전망치(1.7%)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기 둔화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금리 인상 효과 점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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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가 ‘금리 인상 파급 효과’를 점검하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금리 동결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은은 2021년 8월부터 약 1년5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연 3.5%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제 최종금리(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점)가 가까워졌다는 관측이 시장에서 나온다. JP모간은 이날 한은이 연 3.5%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이날 결정된 연 3.5%를 최종금리로 보는 위원이 3명이었다. 서영경·신성환·주상영 위원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3명(박기영·이승헌·조윤제 금통위원 추정)은 연 3.75%로 봤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3명은 연 3.5%에서 멈추고, 지금 수준에서 지켜보자는 의견이었다”며 “나머지 3명은 반드시 올린다는 뜻이라기보다는 (금리 추가 인상을) 배제하지 말자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다른 금통위원 의견이 갈리면서 의장인 이 총재가 향후 금리 결정 과정에서 캐스팅보트(결정권)를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이 총재는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물가가 중장기적으로 정책 목표(2%)로 확실히 수렴해 간다는 확신이 있기 전에 (금리 인하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