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환자 수술한다며 간호조무사에 지혈맡겨…3심까지 유죄
7년 소송 유족 "'유령 대리수술'·'공장수술' 멈춰달라" 눈물
'권대희씨 수술실 사망' 병원장 징역 3년 확정(종합)
성형수술을 받던 환자의 출혈을 방치해 숨지게 한 성형외과 원장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2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성형외과 의원 원장 장모(54)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동료 의사 이모 씨와 신모 씨는 각각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간호조무사 전모 씨는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장씨 등은 2016년 9월 고(故) 권대희 씨를 수술하는 과정에서 경과 관찰과 후속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과다출혈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원장 장씨는 당시 다른 환자를 수술한다며 권씨의 지혈을 간호조무사에게 30분가량 맡긴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장씨에게 징역 3년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고, 2심은 1심이 무죄로 본 마취기록지 거짓 작성 부분까지 모두 유죄로 인정해 벌금을 1천만원으로 높였다.

다른 피고인들의 혐의에도 유죄 판단이 내려졌다.

2심 재판부는 수술방을 여러 개 만들어 순차적으로 수술을 한 병원 시스템을 언급하며 "의료진이 한 환자에게 전념할 수 없는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과다출혈 발생을 면밀히 살피지 못하고 수술이나 전원 등의 조처를 할 기회를 놓쳐 환자가 숨지게 됐다는 것이다.

또 마취 상태에 있던 환자의 출혈이 계속되던 상황에서 간호조무사가 전적으로 지혈을 맡은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런 2심의 판단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처벌을 그대로 확정했다.

숨진 권씨의 어머니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는 이날 선고 후 "평범한 엄마로 살았던 제가 자식이 죽고 7년 동안 소송을 하면서 거리의 투사가 됐다"며 "제2의 권대희와 제2의 권대희 유족이 발생하지 않도록,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유령 대리 수술'과 '공장 수술'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이씨는 그간 수술실 CCTV 등 증거를 직접 모아 의견서와 탄원서를 썼고 416일 동안 1인시위를 하는 등 자식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기 위해 애써왔다며 눈물을 보였다.

'권대희씨 수술실 사망' 병원장 징역 3년 확정(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