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80조~100조원 넘는 정보기술(IT) 부품을 사들이는 ‘세계적인 큰손’ 애플이 부품 자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공을 들이는 분야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같은 고부가가치 핵심 부품이다. 애플 납품 의존도가 높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은 대형 고객의 이탈 가능성에 ‘초긴장’ 상태다.

애플, 디스플레이 자체 조달…삼성·LG '긴장'
블룸버그통신은 11일 “애플이 삼성과 LG 등 부품회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디스플레이 자체 조달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2024년 말부터 애플워치 고급형의 디스플레이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서 자체 개발한 마이크로LED로 교체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중장기적으론 아이폰, 아이패드 등 다른 기기에도 자체 개발한 디스플레이를 도입한다는 게 애플의 목표다.

애플은 부품 내재화 작업을 10년 이상 진행하고 있다. 시작은 반도체였다. 아이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A시리즈’가 대표적이다. 2020년 11월엔 노트북인 맥북에 들어가는 중앙처리장치(CPU)도 인텔 제품에서 자체 개발한 ‘M시리즈’로 교체했다.

최근엔 통신용 반도체의 자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퀄컴에서 공급받는 5세대(5G) 이동통신 모뎀칩이 1순위다. 이를 위해 애플은 2019년 인텔의 모뎀칩 사업부를 인수했다. 브로드컴에서 주로 공급받는 블루투스칩도 애플 스스로 만들 계획이다.

애플은 완제품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맞춤형 부품을 자체 개발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부품 공급난을 경험한 가운데 미국과 멀지 않은 지역에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의도도 크다.

애플의 움직임으로 인해 국내 디스플레이업체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폰14 기준 OLED 디스플레이 납품 비중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약 70%, LG디스플레이가 약 23%로 추정된다. 애플워치와 관련해선 OLED 디스플레이의 대다수가 LG디스플레이 몫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계에선 애플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선 애플의 디스플레이 내재화에 최소 3~4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애플이 2018년께부터 마이크로LED를 개발 중이지만 뚜렷한 결과를 못 내고 있어서다.

이날 LG디스플레이 주가는 애플의 부품 내재화 추진 소식이 전해지며 전일 대비 2.97% 하락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