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리서치 아메리카 공개…"인재확보 유리, 혁신적 우수성 기반"
4억6천만대 사용중 삼성 TV플러스, 바뀐 TV 생태계 핵심 전략
반도체 낸드 3단 쌓은 형태 DS 미주총괄 건물엔 창의적 업무공간

"저기 코트 두 개 중에 어떤 쪽이 내 발렌시아가 신발과 잘 어울릴까?" "어떤 두 코트를 말씀하는 건가요?" "왼쪽 2개 말이야." "저는 왼쪽의 카멜색 코트를 추천합니다.

당신의 새 신발 색상과 더 잘 어울리기 때문이죠." "그럼 온라인 가격을 확인해줄래?"
비서와의 대화가 아니다.

멀티모달(Multi-modal) 인공지능(AI) 모델이 사용자가 언급하는 시각적 화면의 문맥을 이해하고 질문에 답변한 것이다.

멀티모달 AI는 TV 속 주황색 드레스를 입은 출연자의 목걸이를 검색해달라거나 마트에서 어떤 재료가 더 건강에 좋을지 묻는 말에도 관련 지식을 검색해 매끄러운 대화를 이어간다.

물론 당장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건 아니다.

삼성전자가 구현할 미래 기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 선행 연구에 상품화 개발까지…삼성리서치 아메리카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위치한 삼성리서치 아메리카(SRA) 연구소를 찾았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차로 25분 달려 도착한 이곳은 '혁신적 우수성의 기반이 되자'는 미션 아래 삼성전자의 미래 핵심 기술을 연구하는 곳이다.

[르포] "실리콘밸리 칼바람에도 감원 없어" 삼성 미래기술 산실을 가다
삼성리서치는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의 선행 연구개발 조직으로, 해외 14개국에서 글로벌 연구개발(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14년 기존 미국 내 연구소를 삼성리서치 산하 SRA로 개편했다.

노원일 SRA 연구소장(부사장)은 "비싸지만 우수한 인력을 기반으로 기술 우위를 최고조로 하자는 기조 하에 혁신을 주도하고, 중점 핵심 기술과 특허를 확보하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발굴하는 것을 축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650여명의 연구원이 근무하는 SRA는 차세대 통신과 인공지능(AI)은 물론 로봇, 디지털 헬스, 멀티미디어, 카메라 등 다양한 분야로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2021년 6G 테라헤르츠(THz) 대역 원거리 무선 통신 시연에 성공하는 등 차세대 통신 분야에서 연구개발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고, 2018년 SRA 산하에 AI센터를 설립, 실리콘밸리의 AI 전문가들과 협력하고 있다.

스피커간 상호 통신을 통해 사용자 위치에 따라 음향을 최적으로 조절해주는 기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의 영상을 TV에서 더 높은 해상도로 감상할 수 있는 AI 업스케일링 등 다방면의 기술 혁신을 추진 중이다.

모바일 보안 플랫폼 녹스를 기반으로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와 갤럭시 스마트폰 공급 계약도 맺었다.

[르포] "실리콘밸리 칼바람에도 감원 없어" 삼성 미래기술 산실을 가다
선행 연구는 물론 상품화 개발까지 함께하는 조직이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노 소장은 "현지의 많은 우수 인력이 단순히 연구만 하는 것보다는 연구개발 성과를 상품에 적용하는 것까지 원한다"며 "우리가 이 지역(실리콘밸리)에서 페이(급여)가 가장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인 커리어 측면에서 소비자 접점에 있는 디바이스를 많이 보유한 기업인 만큼 풍부한 기회가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아마존과 메타 등 빅테크(거대기술기업)가 대규모 감원을 잇달아 단행하면서 고용 칼바람이 부는 가운데 최근 수년간 고성장과 대대적인 고용잔치에 취해있던 실리콘밸리의 신화가 깨지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노 소장은 "우리는 여전히 훌륭한 인재는 계속 뽑고 있고 인위적인 감원이 없다는 면에서 (인재 확보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성과 조건을 달성한 임직원에게 회사가 보상으로 지급하는 주식인 'RSU'(양도제한 조건부주식)는 지급하지 않지만, 주가가 많이 내려가면서 오히려 RSU를 지급하는 타사의 매력이 많이 떨어진 탓이다.

◇ "TV는 메인 스크린 디바이스"…스마트 TV 서비스 전략은
삼성전자의 스마트 TV 서비스 전략에 대한 소개도 이어졌다.

[르포] "실리콘밸리 칼바람에도 감원 없어" 삼성 미래기술 산실을 가다
김상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북미 서비스 비즈니스 담당 부사장은 "작년 미국에서 TV 생방송을 보는 시간이 OTT 시청 시간보다 적어졌다"며 "시장이 완전히 바뀌었고 이는 곧 생태계가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이 같은 비디오 소비 환경과 게이밍 환경 변화, 아트 소비 진화 등을 최근 TV 소비자의 가장 큰 변화로 보고 삼성 TV 플러스와 삼성 게이밍 허브, 아트 스토어를 핵심 서비스 전략으로 꼽았다.

2015년 처음 선보인 삼성 TV 플러스는 TV에 인터넷만 연결하면 영화, 드라마, 예능, 뉴스, 스포츠 등 콘텐츠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채널형 비디오 서비스로, 현재 24개국 4억6천500만대 이상의 삼성전자 TV와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1천800개 이상의 채널을 제공하고 있으며, 2022년에만 30억 누적 시청 시간을 기록했다.

작년 출시한 삼성 게이밍 허브는 TV에서 스트리밍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콘솔 게임을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하기 때문에 콘솔 없이 컨트롤러만으로 게임을 할 수 있다.

디지털 아트의 대중화로 예술 작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을 통해 집에서도 디지털 아트를 즐길 수 있다.

삼성 아트 스토어는 2017년 선보인 작품 구독 서비스로, 세계적인 명작부터 개성 넘치는 신인 작가의 작품까지 2천여점을 제공한다.

출시 이후 가입자가 연평균 15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TV는 '메인 스크린 디바이스'"라며 "가장 큰 스크린이 메인 센터, 리빙룸에 있고 서비스 디맨드(요구)는 늘어나면서 멀티 디바이스용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반도체 역량의 산실, DS 미주 총괄
[르포] "실리콘밸리 칼바람에도 감원 없어" 삼성 미래기술 산실을 가다
삼성리서치 아메리카에서 다시 차로 10분 정도 달리자 실리콘밸리의 저층 건물들 사이에서 유달리 우뚝 솟은 건물이 눈에 띄었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3단 적층 구조를 형상화해 설계된 10층 규모의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미주 총괄 건물이다.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을 담당하는 DS 미주 총괄에는 1천200여명의 글로벌 인재가 모여 반도체 연구개발과 영업·마케팅 등을 하고 있다.

메모리·시스템 LSI·파운드리 사업부 연구 조직도 함께 있다.

건물 내부는 대부분 개방형 공간에 널찍한 유리 통창으로 이뤄져 있고, 3개 층마다 야외 정원도 있다.

8층 야외정원에 나가자 비바람이 부는 야속한 날씨 속에서도 실리콘밸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마침 방문한 날이 토요일이어서 연구원들의 모습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지만, 각종 스포츠시설과 오락실 등 임직원의 창의적인 업무 환경을 위한 휴식 공간이 인상적이었다.

[르포] "실리콘밸리 칼바람에도 감원 없어" 삼성 미래기술 산실을 가다
한진만 DS 미주 총괄 부사장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지역 내 다양한 혁신 기업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점차 확대되는 미국 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해 메모리·시스템 LSI·파운드리 분야의 기술과 사업 대응 능력을 고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