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피하주사 이어 먹는 항체치료제 개발…경쟁사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먹는 '스텔라라' 연구개발 추진
노보노디스크, MIT와 먹는 항암항체 개발
노보노디스크, MIT와 먹는 항암항체 개발
셀트리온이 먹는(경구용) 항체의약품 개발에 나섰다. 궤양성대장염 등에 쓰이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우스테키누맙'이 대상이다. 피하주사(SC)에 이어 경구용 항체의약품 개발로 기술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9일 셀트리온은 미국 바이오텍 라니테라퓨틱스와 계약을 체결하고, 경구용 우스테키누맙을 공동으로 개발한다고 밝혔다.
초기 항체의약품은 대부분 정맥주사(IV) 형태로 개발됐다. 2세대격인 피하주사 형태의 신(新)제형이 확대되기 시작한 것도 얼마되지 않았다. SC는 자가투여가 가능하고, IV 대비 약물 투여 시간이 짧다는 이점이 있다.
셀트리온 역시 '램시마SC'를 개발해 약 100개국에서 허가를 획득했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가, '경구용' 제형 선점을 통해 치열해지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우스테키누맙은 얀센이 개발한 블록버스터(연매출 1조원 이상) 의약품인 '스텔라라'의 주성분이다. 스텔라라는 2021년 91억3400만달러(약 11조8700억원)의 매출을 얀센에 벌어다줬다. 판상형건선과 크론병, 궤양성대장염, 건선성관절염 등에 처방된다. 정맥 및 피하 주사로 개발됐다.
항체의약품은 정맥이나 피하 주사 등 침습적 방식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경구용은 주사제 대비 환자의 투여 거부감이 덜하고, 알약 제형으로 보관이 용이한 등 편의성이 좋다. 그러나 항체의약품은 경구를 통해 섭취할 경우 단백질로 구성된 항체가 위장관에서 소화효소에 의해 쉽게 분해된다. 경구용 개발이 어려운 이유다.
미국 노보노디스크는 메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과 함께 캡슐 형태의 경구용 항체의약품 플랫폼 'L-SOMA'를 개발 중이다.
L-SOMA는 액체 형태의 약물을 캡슐에 담아 체내에 전달하는 기술이다. 처음 연구진이 캡슐에 담은 건 액체가 아닌 고체였다. 그러나 '아달리무맙'(제품명 휴미라)처럼 한 회 투여량이 많은 약물이나 투여 후 빠른 흡수가 필요한 '인슐린' 또는 '에피네프린'(알레르기 치료제) 등 약물은 고체 형태로 전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약물에 따라 고체화가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액체 역시 중력에 의해 캡슐이 쉽게 움직인다는 단점이 있다. 위장관 벽에 고정돼 혈관으로 약물을 전달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진은 L-SOMA의 캡슐 모양을 원기둥 형태로 만들었다. 캡슐의 윗부분은 뾰족하고 아랫부분은 평평하게 설계해 환자가 움직이더라도 캡슐이 항상 고정돼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약물 배출구가 항상 위의 조직벽을 향하도록 했다. 캡슐 안에는 밖으로 약물을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 바늘과 플런저(왕복 운동 펌프)를 넣었다. 캡슐이 위에 들어가면 위장관 내 습한 환경으로 인해 용해되면서 약물을 탑재한 바늘이 위벽으로 밀리고, 플런저가 바늘을 통해 액체를 밀어내는 구조다. 바늘이 위벽을 찌르더라도 위 장벽에는 통증 수용체가 없기 때문에 환자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연구진은 돼지 등 대형동물 대상 전임상에서 L-SOMA 기반 알약의 효과를 확인했다. 경구용 제제의 핵심인 생체이용률도 끌어올렸다. 아달리무맙 인슐린 에피네프린 등 4가지 약물로 한 실험에서 투여 후 30분 내에 생체이용률이 최대 80%까지 확보됐다는 설명이다. 이는 주사 제형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약물 복용 후 위벽에서 손상의 징후도 없었다. 위벽은 두껍고 근육으로 이뤄져있기 때문에 약물 투여 시 부작용 완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임상을 진행한 지오반니 트라베르소 MIT 기계공학과 조교수(브리검여성병원 위장병 전문의)는 "고체 대비 약물과 조직 간 넓어진 표면적 덕에 유효한 약물의 약력학 및 약동학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이번 계약으로 RT111의 세계 개발 및 판매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갖는다. 라니테라퓨틱스는 지난해 말 RT111의 전임상을 시작했다. 연내 임상 1상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라니테라퓨틱스는 경구용 캡슐 플랫폼 기술인 '라니필'을 보유하고 있다. 정맥 및 피하 주사제형의 단백질 및 항체의약품을 경구용 제제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라니필 기술로 만들어진 경구용 캡슐은 소장에서 분해되도록 설계됐다. 이후 캡슐 안에 있던 용해성 미세침(마이크로니들)을 통해 약물이 소장을 거쳐 혈관으로 이동한다. 경구제이지만 캡슐 내 탑재한 마이크로니들을 통해 주사제와 유사하게 약물을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번 계약은 양사의 요구가 잘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게 셀트리온 측의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라니테라퓨틱스가 RT111 개발을 위해 우스테키누맙을 필요로 했고, 마침 셀트리온이 CTP-43 임상 3상 완료 후 자체 생산이 가능해 이번 계약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기존 CTP-43 외에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을 다양화하는 측면에서 이번 협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회사 측은 "RT111이 개발되면 최초의 '경구용 우스테키누맙'이라는 점에서 스텔라라 '시밀러'가 아닌 '신약'으로 허가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셀트리온은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회사의 후보물질 전반에 혁신적 약물전달 플랫폼을 적용하는 협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
9일 셀트리온은 미국 바이오텍 라니테라퓨틱스와 계약을 체결하고, 경구용 우스테키누맙을 공동으로 개발한다고 밝혔다.
초기 항체의약품은 대부분 정맥주사(IV) 형태로 개발됐다. 2세대격인 피하주사 형태의 신(新)제형이 확대되기 시작한 것도 얼마되지 않았다. SC는 자가투여가 가능하고, IV 대비 약물 투여 시간이 짧다는 이점이 있다.
셀트리온 역시 '램시마SC'를 개발해 약 100개국에서 허가를 획득했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가, '경구용' 제형 선점을 통해 치열해지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우스테키누맙은 얀센이 개발한 블록버스터(연매출 1조원 이상) 의약품인 '스텔라라'의 주성분이다. 스텔라라는 2021년 91억3400만달러(약 11조8700억원)의 매출을 얀센에 벌어다줬다. 판상형건선과 크론병, 궤양성대장염, 건선성관절염 등에 처방된다. 정맥 및 피하 주사로 개발됐다.
노보노디스크, MIT와 캡슐형 항체의약품 개발 중
항체의약품은 특정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를 치료제로 이용하는 바이오의약품이다. 결합 항원의 역할에 따라 약물의 기능도 달라진다. 스텔라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는 각종 염증인자를 표적해 이들의 면역 활성 작용을 억제한다.항체의약품은 정맥이나 피하 주사 등 침습적 방식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경구용은 주사제 대비 환자의 투여 거부감이 덜하고, 알약 제형으로 보관이 용이한 등 편의성이 좋다. 그러나 항체의약품은 경구를 통해 섭취할 경우 단백질로 구성된 항체가 위장관에서 소화효소에 의해 쉽게 분해된다. 경구용 개발이 어려운 이유다.
미국 노보노디스크는 메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과 함께 캡슐 형태의 경구용 항체의약품 플랫폼 'L-SOMA'를 개발 중이다.
L-SOMA는 액체 형태의 약물을 캡슐에 담아 체내에 전달하는 기술이다. 처음 연구진이 캡슐에 담은 건 액체가 아닌 고체였다. 그러나 '아달리무맙'(제품명 휴미라)처럼 한 회 투여량이 많은 약물이나 투여 후 빠른 흡수가 필요한 '인슐린' 또는 '에피네프린'(알레르기 치료제) 등 약물은 고체 형태로 전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약물에 따라 고체화가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액체 역시 중력에 의해 캡슐이 쉽게 움직인다는 단점이 있다. 위장관 벽에 고정돼 혈관으로 약물을 전달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진은 L-SOMA의 캡슐 모양을 원기둥 형태로 만들었다. 캡슐의 윗부분은 뾰족하고 아랫부분은 평평하게 설계해 환자가 움직이더라도 캡슐이 항상 고정돼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약물 배출구가 항상 위의 조직벽을 향하도록 했다. 캡슐 안에는 밖으로 약물을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 바늘과 플런저(왕복 운동 펌프)를 넣었다. 캡슐이 위에 들어가면 위장관 내 습한 환경으로 인해 용해되면서 약물을 탑재한 바늘이 위벽으로 밀리고, 플런저가 바늘을 통해 액체를 밀어내는 구조다. 바늘이 위벽을 찌르더라도 위 장벽에는 통증 수용체가 없기 때문에 환자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연구진은 돼지 등 대형동물 대상 전임상에서 L-SOMA 기반 알약의 효과를 확인했다. 경구용 제제의 핵심인 생체이용률도 끌어올렸다. 아달리무맙 인슐린 에피네프린 등 4가지 약물로 한 실험에서 투여 후 30분 내에 생체이용률이 최대 80%까지 확보됐다는 설명이다. 이는 주사 제형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약물 복용 후 위벽에서 손상의 징후도 없었다. 위벽은 두껍고 근육으로 이뤄져있기 때문에 약물 투여 시 부작용 완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임상을 진행한 지오반니 트라베르소 MIT 기계공학과 조교수(브리검여성병원 위장병 전문의)는 "고체 대비 약물과 조직 간 넓어진 표면적 덕에 유효한 약물의 약력학 및 약동학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 "스텔라라 시밀러 제품 확대 기대"
셀트리온은 라니테라퓨틱스와 경구용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추진한다. 라니테라퓨틱스는 현재 'RT111'이라는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우스테키누맙을 주성분으로 하는 건선 치료제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이다. 셀트리온은 라니테라퓨틱스에 RT111의 비임상 및 임상 1상에 필요한 'CT-P43'을 독점 공급한다. CT-P43은 셀트리온이 개발한 스텔라라의 바이오시밀러다. RT111은 CT-P43에 라니테라퓨틱스의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경구용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로 개발된다.셀트리온은 이번 계약으로 RT111의 세계 개발 및 판매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갖는다. 라니테라퓨틱스는 지난해 말 RT111의 전임상을 시작했다. 연내 임상 1상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라니테라퓨틱스는 경구용 캡슐 플랫폼 기술인 '라니필'을 보유하고 있다. 정맥 및 피하 주사제형의 단백질 및 항체의약품을 경구용 제제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라니필 기술로 만들어진 경구용 캡슐은 소장에서 분해되도록 설계됐다. 이후 캡슐 안에 있던 용해성 미세침(마이크로니들)을 통해 약물이 소장을 거쳐 혈관으로 이동한다. 경구제이지만 캡슐 내 탑재한 마이크로니들을 통해 주사제와 유사하게 약물을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번 계약은 양사의 요구가 잘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게 셀트리온 측의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라니테라퓨틱스가 RT111 개발을 위해 우스테키누맙을 필요로 했고, 마침 셀트리온이 CTP-43 임상 3상 완료 후 자체 생산이 가능해 이번 계약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기존 CTP-43 외에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을 다양화하는 측면에서 이번 협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회사 측은 "RT111이 개발되면 최초의 '경구용 우스테키누맙'이라는 점에서 스텔라라 '시밀러'가 아닌 '신약'으로 허가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셀트리온은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회사의 후보물질 전반에 혁신적 약물전달 플랫폼을 적용하는 협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