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넘긴우크라전 가다] 새해맞은 키이우, 전쟁·일상의 공존…"생업 포기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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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곳마다 바리케이드·군인…잦은 공습에 돌아온 주민 다시 떠나기도
상가 정상영업하고 산책하는 시민들도…공습경보에 찾은 대피소, 아무도 없어 6일(현지시간) 오전 키이우 시내 호텔에 머물고 있던 와중 공습경보가 울렸다.
호텔 직원의 안내를 받아 호텔 내 대피소를 찾았다.
그러나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고, 직원도 데스크를 오래 비울 수 없었는지 서둘러 자리로 돌아갔다.
머쓱한 느낌에 밖으로 나와보니 거리의 모습은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호텔 직원은 "공습이 자주 있다 보니 이제는 매번 대피하지 않는다"며 "경보가 울려도 실제로 미사일이 날아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317일째를 맞은 이날, 전쟁에 익숙해진 키이우의 일상을 느낄 수 있는 단면이었다.
앞서 이틀 전인 지난 4일 오전 9시30분쯤 버스로 15시간여를 달려 우크라이나의 심장부인 키이우 중심가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지난해 10월 시작된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으로 크게 파손된 삼성전자 입주 건물이었다.
삼성 로고가 선명한 건물의 한쪽 측면은 외벽이 사라지다시피 해서 내부가 완전히 드러나 있었고, 정면 유리창도 누더기처럼 곳곳이 뜯어진 채였다.
지금은 삼성전자 주재원들이 폴란드에서 업무를 보고 있고, 현지 직원만 남아 있는 상태라 건물주에 수리를 요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수리를 하려 해도 전시에 민간 물자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이라 사실상 수리를 포기한 채 삼성전자도 다른 건물로 이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키이우 거리마다 경계 근무 중인 군인이나 거리를 오가는 군인들이 있었다.
곳곳에 대형 철제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었고, 도시 외곽보다는 적었지만 역시 공습 피해를 받은 건물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내 주요 관광서나 대피소로 쓰이는 지하철역 출입구에는 하나 같이 모래주머니가 쌓여 있었다.
새해 전야 대규모 공습으로 한쪽 모퉁이가 완전히 무너진 시내 호텔에서는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호텔뿐만 아니라 반경 수십m 내 다른 건물들도 창문이 거의 다 깨지고 창틀과 외벽이 손상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코발 바그단 씨는 "어쩌다 관공서나 큰 건물 옆을 지나게 되면 그때마다 나도 모르게 하늘을 보게 된다"며 "공습이 계속되다 보니 키이우로 돌아왔던 이들이 다시 피난을 떠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한때 약 400만 명에 달하던 키이우 인구는 최근에는 300만 명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불안과 공포 속에도 시민들의 삶은 계속되고 있었다.
전쟁 이후 새해 연휴가 없어지고 평일 근무 체제가 적용 중이어서 그런지 차량 통행도 적지 않게 유지되고 있었다.
상가 문은 대부분 열려 있었고, 백화점도 손님은 많지 않았지만 정상 영업을 하고 있었다.
공원에는 유아차를 동반한 부모나 반려견과 산책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한 시민은 "전쟁 초기 키이우가 점령될 위기였을 때는 정말로 아비규환 같았다"면서도 "전쟁이 길어지면서 대부분 현재 상황에 많이 적응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취재하던 중 공습경보가 울렸지만 아무도 대피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사이렌도 듣지 못해 뒤늦게 경보가 울린 사실을 알게 되기도 했다.
또 다른 시민은 "공습이 있다고 다 죽는 것은 아니지 않나.
생업이 있는데 그걸 다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이제는 죽고 사는 것도 결국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가 만난 키이우 시민들은 어려움과 고통을 인정했지만, 절망과 좌절을 이야기하는 이는 없었다.
이들 모두 약속한 듯이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현실이 당장 좋아질 것이라는 조짐도 찾기는 힘들었다.
계속 온화했던 날씨는 비와 진눈깨비에 이어 새해 첫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시작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7일 정교회 성탄절을 맞아 한시적 휴전을 명령했지만, 키이우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 경보가 울렸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휴전 선언과 별개로 러시아가 조만간 대규모 공습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가 정상영업하고 산책하는 시민들도…공습경보에 찾은 대피소, 아무도 없어 6일(현지시간) 오전 키이우 시내 호텔에 머물고 있던 와중 공습경보가 울렸다.
호텔 직원의 안내를 받아 호텔 내 대피소를 찾았다.
그러나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고, 직원도 데스크를 오래 비울 수 없었는지 서둘러 자리로 돌아갔다.
머쓱한 느낌에 밖으로 나와보니 거리의 모습은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호텔 직원은 "공습이 자주 있다 보니 이제는 매번 대피하지 않는다"며 "경보가 울려도 실제로 미사일이 날아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317일째를 맞은 이날, 전쟁에 익숙해진 키이우의 일상을 느낄 수 있는 단면이었다.
앞서 이틀 전인 지난 4일 오전 9시30분쯤 버스로 15시간여를 달려 우크라이나의 심장부인 키이우 중심가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지난해 10월 시작된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으로 크게 파손된 삼성전자 입주 건물이었다.
삼성 로고가 선명한 건물의 한쪽 측면은 외벽이 사라지다시피 해서 내부가 완전히 드러나 있었고, 정면 유리창도 누더기처럼 곳곳이 뜯어진 채였다.
지금은 삼성전자 주재원들이 폴란드에서 업무를 보고 있고, 현지 직원만 남아 있는 상태라 건물주에 수리를 요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수리를 하려 해도 전시에 민간 물자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이라 사실상 수리를 포기한 채 삼성전자도 다른 건물로 이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키이우 거리마다 경계 근무 중인 군인이나 거리를 오가는 군인들이 있었다.
곳곳에 대형 철제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었고, 도시 외곽보다는 적었지만 역시 공습 피해를 받은 건물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내 주요 관광서나 대피소로 쓰이는 지하철역 출입구에는 하나 같이 모래주머니가 쌓여 있었다.
새해 전야 대규모 공습으로 한쪽 모퉁이가 완전히 무너진 시내 호텔에서는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호텔뿐만 아니라 반경 수십m 내 다른 건물들도 창문이 거의 다 깨지고 창틀과 외벽이 손상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코발 바그단 씨는 "어쩌다 관공서나 큰 건물 옆을 지나게 되면 그때마다 나도 모르게 하늘을 보게 된다"며 "공습이 계속되다 보니 키이우로 돌아왔던 이들이 다시 피난을 떠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한때 약 400만 명에 달하던 키이우 인구는 최근에는 300만 명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불안과 공포 속에도 시민들의 삶은 계속되고 있었다.
전쟁 이후 새해 연휴가 없어지고 평일 근무 체제가 적용 중이어서 그런지 차량 통행도 적지 않게 유지되고 있었다.
상가 문은 대부분 열려 있었고, 백화점도 손님은 많지 않았지만 정상 영업을 하고 있었다.
공원에는 유아차를 동반한 부모나 반려견과 산책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한 시민은 "전쟁 초기 키이우가 점령될 위기였을 때는 정말로 아비규환 같았다"면서도 "전쟁이 길어지면서 대부분 현재 상황에 많이 적응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취재하던 중 공습경보가 울렸지만 아무도 대피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사이렌도 듣지 못해 뒤늦게 경보가 울린 사실을 알게 되기도 했다.
또 다른 시민은 "공습이 있다고 다 죽는 것은 아니지 않나.
생업이 있는데 그걸 다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이제는 죽고 사는 것도 결국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가 만난 키이우 시민들은 어려움과 고통을 인정했지만, 절망과 좌절을 이야기하는 이는 없었다.
이들 모두 약속한 듯이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현실이 당장 좋아질 것이라는 조짐도 찾기는 힘들었다.
계속 온화했던 날씨는 비와 진눈깨비에 이어 새해 첫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시작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7일 정교회 성탄절을 맞아 한시적 휴전을 명령했지만, 키이우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 경보가 울렸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휴전 선언과 별개로 러시아가 조만간 대규모 공습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