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사옥(왼쪽)과 여의도 LG전자 사옥. /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사옥(왼쪽)과 여의도 LG전자 사옥. /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눈으로 보고도 쉽게 믿기지 않는 '어닝 쇼크(실적 충격)' 수준의 부진한 실적을 나란히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의 3분의 1로 줄었고, LG전자는 같은 기간 영업익이 10분의 1토막이 났다.

실적이 안 좋을 것이라 전망하면서도 영업익 '반토막' 수준을 예상했던 시장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전자업계는 물론 한국 경제를 이끄는 두 기업이 충격적 성적표를 받아들자 실적 발표 시즌에 돌입하는 시장에선 공포감까지 감지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4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0%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6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0조원으로 8.58% 줄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4년 3분기(4조600억원) 이후 8년여 만에 처음이다.

'반도체 혹한기'를 충분히 반영했다던 증권가 기존 추정치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국내 증권가는 영업익 6조원대 턱걸이를 예상했었다. 작년 말 골드만삭스가 내놓은 예상치(5조8000억원)보다도 훨씬 낮다.
사진=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사진=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설명 자료'까지 냈다. 확정 실적 발표일까지 시장과 투자자들의 혼선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 등 대외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메모리 사업이 수요 부진으로 실적이 크게 하락했다"며 "스마트폰 판매도 둔화되며 전사 실적이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실적은 더 안 좋았다. LG전자 실적 발표는 장 마감 후 이뤄졌다.

LG전자 역시 시장 예상을 훨씬 밑도는 부진한 성적표를 제출했다.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5.2% 증가한 21조8597원으로 잠정 집계됐지만 잠정 영업익이 전년 동기 대비 91.2% 급감한 655억원에 그쳤다. 무려 10분의 1토막이 난 것이다. 국내 증권업계의 영업익 예상치는 3193억원이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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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LG이노텍의 부진한 실적이 연결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개별 기준 실적은 시장 전망치에 부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럼에도 영업익 90% 급감은 충격적이라는 평가다.

국내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4분기 실적 모두 증권가 전망을 크게 밑돌았다. 보수적으로 전망치를 잡았음에도 이렇게 실적이 안 좋게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실적은 향후 실적을 발표할 기업들의 성적을 가늠하는 지표다. 두 기업의 부진한 실적으로 전체 기업들의 4분기 실적에 거는 기대도 크게 꺾였다"고 덧붙였다.

다만 연간 매출액은 두 기업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매출이 역대 한국 기업 가운데 최초로 300조원을 돌파했고, LG전자도 연매출이 사상 처음 80조원을 넘었다. 연간 실적으로 따지면 전 세계적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에도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도 나온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