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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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의 도움이 필요하시면 숫자 버튼 두 번 눌러주세요."

"……………"

지난 5일 오전 8시 7분께 인천경찰청 112 치안 종합상황실로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하지만 신고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경찰관은 도움이 필요하면 숫자 버튼을 눌러달라고 안내했다.

하지만 신고자는 통화 내내 침묵을 이어갔다. 잘못 걸려온 전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경찰관은 '수상한 침묵'에 의심을 거두지 않고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이후 희미하게 들려오는 남녀의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

이에 경찰관은 현 상황이 긴급상황이라고 판단, 위치추적시스템(LBS)을 가동한 뒤 관할 경찰서에 '코드1' 지령을 내렸다. 코드1은 생명이나 신체 위험이 임박했거나 진행 중일 때 발령된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 / 사진=한경DB
사진은 기사와 무관. / 사진=한경DB
지령을 받은 관할 지구대 경찰관들은 위치추적으로 확보한 인천의 한 오피스텔로 출동했다. 출동 중 신고자와 다시 통화했지만, 이때 신고자는 "잘못 눌렀다"면서 신고를 취소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이때 신고자는 울먹이고 있었다.

경찰관들은 신고자에게 "안전한지 직접 보고 확인해야 한다"고 끈질기게 설득해 집 층수를 알아내 신속히 현장에 도착했다.

초인종을 누르자 젊은 남성은 태연하게 문을 열었다. 이때 방에서 조용하게 밖으로 나온 신고자는 남성이 알아차리지 못하게끔 경찰관에게 입 모양으로만 "살려주세요"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경찰관들은 신고자를 집에서 데리고 나온 뒤 남성을 특수상해 혐의로 체포했다. 이 남성은 신고자의 전 남자친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신고자의 얼굴을 때리고 흉기로 한 차례 찔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같은 '무응답 신고'를 접수하면 사소한 단서라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긴급상황으로 판단되면 신고자 위치를 추적해 빠르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