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서 판매하던 '미페프리스톤' 약국으로 확대
미국 소매약국서도 먹는 임신중절약 판다…FDA 규제 완화
미국에서 병원뿐만 아니라 약국을 통해서도 먹는 임신중절약(사후피임약) 구입이 가능해졌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 2일 먹는 임신중절약의 주요 성분 가운데 하나인 '미페프리스톤' 판매 관련 규제를 완화했다.

이에 따라 동네 약국이나 CVS·월그린 등 대형 소매약국 체인에서도 미페프리스톤 성분의 임신중절약을 조제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병원과 일부 통신판매 약국 등에서만 처방전을 받아 미페프리스톤을 판매해왔다.

임신중절이 필요한 환자들은 앞으로는 자격을 갖춘 의료진에게서 처방전을 받은 뒤, 미페프리스톤을 취급하는 약국을 방문해 처방전을 내고 동의서를 작성하면 먹는 임신중절약을 살 수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미페프리스톤은 먹는 임신중절약을 구성하는 두 가지 약물 가운데 하나다.

임신 유지에 필요한 호르몬 작용을 차단해 유산을 유도하며 임신 10주까지 사용하게 돼 있다.

FDA는 2000년 미페프리스톤 사용을 승인했으며, 2021년에는 원격진료로 처방받아 우편으로 배달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바 있다.

또 다른 약물은 자궁 수축을 유도하는 미소프로스톨로, 위궤양 등 다른 질환의 치료제로도 쓰여 이미 약국에서 구입 가능하다.

먹는 임신중절약은 미페프리스톤 복용 후 24∼48시간 안에 미소프로스톨을 복용하게 돼 있다.

이 두 약물을 같이 복용해야 임신중절 성공률이 높아진다.

FDA의 이번 조치로 먹는 임신중절약 접근성이 확대됐지만 얼마나 많은 약국이 미페프리스톤을 취급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6월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던 판례인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대법원이 폐기한 뒤 먹는 임신중절약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판매여부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형 소매약국 체인의 경우 임신중절 합법 여부에 따라 주마다 다른 판매정책을 적용해야 한다.

또한 관련 행정절차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 규정준수를 위해 필요한 인력 고용, 적은 매출 비중 등을 고려하면 약국들이 먹는 임신중절약을 취급하지 않으려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제약사들은 대형 약국 체인보다는 대학교 내 약국이나 소규모 동네 약국에서 먹는 임신중절약을 먼저 취급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