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은 다 안다는 '산골이유식'…10년 만에 매출 50배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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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산물은 품질만큼 가치를 충분히 인정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양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만큼 ‘브랜딩’도 중요합니다.”
오천호 대표(42)는 100% 국산 농산물로 만든 이유식으로 창업 10년만에 200억원대 매출을 바라보는 기업 ‘에코맘의산골이유식(에코맘)’을 키워낸 청년 사업가다. 에코맘이 만드는 이유식 브랜드 ‘산골이유식’은 영유아를 키우는 엄마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압구정과 명동의 최고급 백화점에서 한 코너를 차지할 정도로 고급 식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수백 가지 농산물의 특성부터 조리법까지 꿰뚫고 있는 식품 사업가지만 오 대표의 첫 전공은 화장품이었다. 경남 하동의 농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에서 피부미용을 전공한 뒤 서울로 올라와 외국계 화장품 회사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노하우가 쌓이자 4년 뒤 화장품 수입사를 차려 젊은 나이에 상당한 돈을 벌기도 했다.
화장품 사업으로 잘 나가던 그가 ‘이유식’으로 업을 바꾼 것은 역설적으로 실패를 통해서였다. 사업에 자신감이 붙은 그는 당시 ‘본죽’이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죽집을 차렸다. ‘구매력이 높은 압구정에서 고향 하동의 농산물로 프리미엄 죽을 만들면 잘 팔리겠다’는 생각에서 차린 가게였다.
하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죽은 그런대로 팔렸지만 매달 350만원이 넘는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게 없었다. 집중력이 분산된 탓인지 화장품 사업도 어려워지며 매일 돈을 까먹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이때 이유식의 가능성을 알게 됐다. 아기에게 이유식으로 줘야 하니 죽에 간을 빼달라던 단골 손님과 이야기하며 많은 부모들이 맞벌이 등 이유로 시간이 부족해 죽을 사 먹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 오 대표는 “믿을 수 있는 국산 농산물로 만든 이유식을 온라인으로 쉽게 배송 받을 수 있다면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길로 하던 일들을 다 접고 고향으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지리산과 한려해상 두 국립공원을 품고 있는 고향 하동은 ‘건강한 먹거리’를 컨셉으로 이유식을 만들기엔 최적인 곳이었다. 죽을 만들던 노하우로 이유식 메뉴를 개발했다. 인근 대학에서 식품안전기준 해썹(HACCP)까지 새로 공부하며 스마트 공장을 세웠다. 화장품 업계 출신답게 세련된 디자인으로 제품을 꾸몄다. 하동 인근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에코맘의 매출액은 2014년 11억원으로 2년만에 10억원대를 넘겼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015~2016년 에코맘의 매출은 13억~14억원에 머물렀다. 소비층이 하동 인근 지역을 벗어나지 못하며 매출도 한계에 부딪혔던 것. 그는 2016년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가는 기업들은 무엇을 하는지 보고 싶다”며 미국 실리콘밸리로 갔고, 스탠퍼드대에 진출해있던 파리바게트에서 답을 찾았다.
“파리바게트가 미국 사람들로 붐비는데, 한 손님에게 물어보니 파리바게트를 프랑스 브랜드로 알고 있었어요.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 때 깨달았습니다.”
귀국한 그가 한 일은 에코맘 매장을 백화점에 입점시키는 것이었다. 유수의 백화점 담당자들을 찾아가 브랜드를 알렸다. 맞벌이 부부가 늘며 이유식을 만드는 가정은 줄고, 아이 수는 줄어도 믿을 만한 국산 농산물로 만든 고급 이유식 수요는 늘 것이란 설명이 먹혀들며 에코맘은 현대백화점 압구정점과 롯데백화점 명동점 등 최고급 백화점 진출에 성공했다.
국내 최고 백화점에도 입점한 100% 국산 농산물로 만든 유기농 이유식이란 ‘타이틀’이 가진 파급력은 컸다. 에코맘의 매출은 2017년 54억원으로 1년 만에 4배가 늘었고, 2019년엔 100억원을 돌파했다. 2022년 예상치는 180억원으로 200억원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창업 후 본격적인 첫 해였던 2013년 매출액 3억6000만원의 50배다.
매출 수직 상승을 발판으로 에코맘은 2020년 100억원을 들여 매일 2만개의 제품 생산과 7000건의 배송이 가능한 스마트 공장을 구축할 수 있었다. 내년엔 노인을 대상으로 한 ‘실버푸드’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며 사업의 외연을 넓힐 계획이다. 오 대표는 “사람은 미음부터 시작해 죽을 먹고 자라고, 노인이 되선 죽을 먹다 마지막엔 미음을 먹으며 일생을 마친다”며 “우리 농산물로 만든 건강한 음식으로 사람들의 처음과 끝을 서비스하는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제작 지원=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오천호 대표(42)는 100% 국산 농산물로 만든 이유식으로 창업 10년만에 200억원대 매출을 바라보는 기업 ‘에코맘의산골이유식(에코맘)’을 키워낸 청년 사업가다. 에코맘이 만드는 이유식 브랜드 ‘산골이유식’은 영유아를 키우는 엄마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압구정과 명동의 최고급 백화점에서 한 코너를 차지할 정도로 고급 식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지금은 수백 가지 농산물의 특성부터 조리법까지 꿰뚫고 있는 식품 사업가지만 오 대표의 첫 전공은 화장품이었다. 경남 하동의 농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에서 피부미용을 전공한 뒤 서울로 올라와 외국계 화장품 회사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노하우가 쌓이자 4년 뒤 화장품 수입사를 차려 젊은 나이에 상당한 돈을 벌기도 했다.
화장품 사업으로 잘 나가던 그가 ‘이유식’으로 업을 바꾼 것은 역설적으로 실패를 통해서였다. 사업에 자신감이 붙은 그는 당시 ‘본죽’이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죽집을 차렸다. ‘구매력이 높은 압구정에서 고향 하동의 농산물로 프리미엄 죽을 만들면 잘 팔리겠다’는 생각에서 차린 가게였다.
하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죽은 그런대로 팔렸지만 매달 350만원이 넘는 월세를 내고 나면 남는게 없었다. 집중력이 분산된 탓인지 화장품 사업도 어려워지며 매일 돈을 까먹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이때 이유식의 가능성을 알게 됐다. 아기에게 이유식으로 줘야 하니 죽에 간을 빼달라던 단골 손님과 이야기하며 많은 부모들이 맞벌이 등 이유로 시간이 부족해 죽을 사 먹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 오 대표는 “믿을 수 있는 국산 농산물로 만든 이유식을 온라인으로 쉽게 배송 받을 수 있다면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 길로 하던 일들을 다 접고 고향으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지리산과 한려해상 두 국립공원을 품고 있는 고향 하동은 ‘건강한 먹거리’를 컨셉으로 이유식을 만들기엔 최적인 곳이었다. 죽을 만들던 노하우로 이유식 메뉴를 개발했다. 인근 대학에서 식품안전기준 해썹(HACCP)까지 새로 공부하며 스마트 공장을 세웠다. 화장품 업계 출신답게 세련된 디자인으로 제품을 꾸몄다. 하동 인근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에코맘의 매출액은 2014년 11억원으로 2년만에 10억원대를 넘겼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2015~2016년 에코맘의 매출은 13억~14억원에 머물렀다. 소비층이 하동 인근 지역을 벗어나지 못하며 매출도 한계에 부딪혔던 것. 그는 2016년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가는 기업들은 무엇을 하는지 보고 싶다”며 미국 실리콘밸리로 갔고, 스탠퍼드대에 진출해있던 파리바게트에서 답을 찾았다.
“파리바게트가 미국 사람들로 붐비는데, 한 손님에게 물어보니 파리바게트를 프랑스 브랜드로 알고 있었어요.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 때 깨달았습니다.”
귀국한 그가 한 일은 에코맘 매장을 백화점에 입점시키는 것이었다. 유수의 백화점 담당자들을 찾아가 브랜드를 알렸다. 맞벌이 부부가 늘며 이유식을 만드는 가정은 줄고, 아이 수는 줄어도 믿을 만한 국산 농산물로 만든 고급 이유식 수요는 늘 것이란 설명이 먹혀들며 에코맘은 현대백화점 압구정점과 롯데백화점 명동점 등 최고급 백화점 진출에 성공했다.
국내 최고 백화점에도 입점한 100% 국산 농산물로 만든 유기농 이유식이란 ‘타이틀’이 가진 파급력은 컸다. 에코맘의 매출은 2017년 54억원으로 1년 만에 4배가 늘었고, 2019년엔 100억원을 돌파했다. 2022년 예상치는 180억원으로 200억원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창업 후 본격적인 첫 해였던 2013년 매출액 3억6000만원의 50배다.
매출 수직 상승을 발판으로 에코맘은 2020년 100억원을 들여 매일 2만개의 제품 생산과 7000건의 배송이 가능한 스마트 공장을 구축할 수 있었다. 내년엔 노인을 대상으로 한 ‘실버푸드’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며 사업의 외연을 넓힐 계획이다. 오 대표는 “사람은 미음부터 시작해 죽을 먹고 자라고, 노인이 되선 죽을 먹다 마지막엔 미음을 먹으며 일생을 마친다”며 “우리 농산물로 만든 건강한 음식으로 사람들의 처음과 끝을 서비스하는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제작 지원=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