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국 증시가 연초 대비 740포인트가량 밀린 2230선에서 마무리된 가운데, 새해 첫 거래일인 2일 한국거래소가 개장식을 열고 재도약을 다짐했다.이날 오전 한국거래소는 서울 여의도동 소재 한국거래소 서울사옥에서 계묘년을 맞아 '2023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을 열었다.개장식에는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비롯해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 각종 증권·운용 업계와 유관기관 대표, 개인투자자를 대표한 KRX탁구단 소속 유남규 탁구감독 등이 참석했다.손 이사장은 개장식사를 통해 "여기저기서 위험 경고음이 들리지만, 눈 앞의 걸림돌을 디딤돌 삼을 필요가 있다"며 "자본시장의 격렬한 위기를 넘어서 힘차게 재도약하는 한 해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중점 추진할 세 가지 사업방향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불공정행위 엄정대응 △금융산업 변화·혁신 선도 등을 언급했다. 손 이사장은 "코스닥시장 내 블루칩 기업들만 선별한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를 지속적으로 키워나가고 상장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확산도 주력하겠다"며 "파생시장의 경우에도 야간거래 플랫폼을 갖추고 기본에산 등 제도 개선을 통해 투자 문턱을 낮춰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그러면서 "불법 공매도를 철저히 근절하고 금융시장 불안 확산에 대비해 예상적 위험 관리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대체거래소(ATS) 설립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ATS와 '상생하는 경쟁'을 통해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자산에 대해서도 혁신성과 투자자보호 등 두 가지 요소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혁신 플랫폼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백 위원장은 "올해는 작년보다 더 나아질 것이란 희망의 새해가 돼야겠지만 글로벌 경제위기가 우리 경제의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손자병법엔 '걱정을 이로움으로 삼아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는 뜻의 '이환위리'라는 말이 있다. 올해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기 위해선 제도를 정비하고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해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도 손 이사장과 마찬가지로 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을 나타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정한 자본시장을 만들고 개인 투자자를 보호해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을 개선하는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정무위원장으로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상장회사 임원 및 주요 주주의 사전 공시제도,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한 자본시장 거래 제한 및 임원 선임 제한조치 등 자본시장의 공정성 강화를 위한 제도 등과 관련해 국회에서 법률 개정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김 부위원장도 "수십년간 개선이 되지 않았던 외국인 투자자 불만사항들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조만간 발표하겠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따라 배당받을 수 있는 규모를 사전에 고려하면서 투자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개선하고, 증권형 토큰 등 새롭게 출현 중인 투자수단이 건전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규율체계를 잘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이 원장은 "최근 금융시장의 유동성 문제 등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안전성 검증을 강화하고 금융시스템 관련 로드맵을 만들어 시장의 안정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불공정 거래와 회계 부정 등을 밀착 감시하고 기업 경영과 시장의 공시를 강화해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투자자로부터의 신뢰도 확보하겠다"고 전했다.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새해 주식시장이 2일 오전 10시 문을 열었다. 세계 경제가 안갯속으로 빠져든 가운데 증시의 향방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지수 하단은 2000, 상단은 2600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초에는 추가 하락 가능성이 남아있지만 차츰 반등할 것이라는 '상저하고' 전망이 대세를 이룬다.올해 코스피지수는 오를까, 떨어질까. IBK투자증권은 최근 '2023년이 기대되는 다섯 가지 기술적 징후'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반등에 기대를 걸어볼 만한 근거들을 소개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 국내 증시의 부진은 2023년 기회의 요인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① "코스피지수, 2년 연속 하락 없었다"외환위기 충격에서 벗어난 2000년 이후 코스피지수가 2년 연속 떨어진 경우는 없다는 점이 첫 번째 근거다. 경기 순환주기가 과거보다 짧아졌고, 고령화와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신(新)산업 전환이 증시에 역동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나 중국 증시는 2년 연속 하락한 사례가 있지만 코스피지수는 아니었다"며 "만약 올해 코스피지수가 두 해 연속 하락한다면 2000년 이후 처음 발생하는 사건이 된다"고 했다. ② "G20 하위권 기록 이듬해 아웃퍼폼 경향"2000년 이후 주요 20개국(G20) 주가지수의 연간 등락률 순위에서 코스피지수가 16위 이하 하위권에 머문 사례는 여섯 번이다. 이듬해 성적표는 천차만별이다. 2000년(3위)이나 2020년(1위)처럼 세게 치고 올라간 때도 있었고, 2019년(16위)이나 2022년(19위)처럼 약세를 벗어나지 못한 때도 있었다. 다만 여섯 번 중 네 번은 10위 안에 진입하는 양호한 성과를 기록했다. 더구나 코스피지수는 2년 연속(2021~2022년) 하위권으로 밀린 상태인 만큼 '상대적 회복력'은 더 강할 수 있다는 게 IBK투자증권의 예측이다. ③ "MSCI신흥지수 20% 이상 하락 후 대체로 상승"MSCI신흥국지수는 2000년 이후 20% 이상 하락한 다음 연도에는 대체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IBK투자증권은 2009년(74%), 2012년(15%), 2016년(9%), 2019년(15%)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최근 강(强)달러 현상이 정점을 찍고 잠잠해지고 있어 신흥국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은 중국, 인도, 대만, 브라질 등 27개국과 함께 MSCI신흥국지수에 들어가 있다. 정부는 꾸준히 MSCI선진국지수 편입을 노렸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④ "MSCI신흥지수 대비 코스피 저평가 심각"코스피지수 낙폭이 확대되면서 MSCI신흥국지수에 비해 저평가되는 상황이 심해진 점도 반등을 이끌 만한 요인으로 꼽혔다. 세계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래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MSCI신흥국지수 대비 20~45% 낮았다. 이 수치는 지난해 크게 하락해 역사적 등락 범위의 하단(-40%)에 근접했다. 올해 MSCI신흥국지수가 상승하면 코스피지수의 저평가가 해소돼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신흥국 중 대만, 인도, 한국에서 10조~50조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하고 중국에서 20조원어치를 순매수했다. ⑤ "삼성전자 주가에서 '바닥 시그널'"IBK투자증권은 삼성전자 주가가 60개월 이동평균선을 밑돈 지 6개월이 지났다는 점을 마지막 근거로 제시했다. 2000년 이후 60개월 이동평균선은 삼성전자 주가의 '바닥 신호' 지지대 역할을 했는데, 이 선을 뚫고 내려간 이후 6개월 정도가 지나면 주가가 바닥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과거 60개월 이동평균선 하회 6개월 시점으로부터 1년 후 삼성전자 주가는 평균 50% 상승했다. 변 연구원은 "경험적으로 볼 때 삼성전자 주가는 악재를 상당 부분 반영하고 바닥을 통과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2021년 말 7만8300원을 기록한 삼성전자 주가는 2022년 말 5만5300원으로 29.37% 하락했다.물론 이런 예상은 과거 경험칙을 바탕으로 한 것이니 들어맞는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도 애타게 '구조대'를 기다리는 개미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 될 수 있진 않을까.변 연구원은 "긴축이 막바지에 근접함에 따라 달러 강세와 금리 상승 사이클이 종료되면서 경기 심리가 1분기 중 최악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물론 경기 자체는 좋지 않겠지만 주식시장은 이를 상당 부분 선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수출이 바닥을 통과하고, 미국의 긴축이 종료되며, 중국이 양회를 통해 코로나19 정책을 공식적으로 전면 수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3월이 매우 의미 있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지난해 중국 CSI300지수는 20%가량 하락했다. CSI300은 상하이와 선전 대형주로 구성된 지수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로 참고한다. 홍콩 항셍지수도 15% 정도 내렸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중국 증시가 ‘제로 코로나’ 해제에 힘입어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 확산 극복이 관건골드만삭스는 올해 CSI300 목표치를 4500으로 제시했다. 3900선이었던 작년 말보다 15%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모건스탠리는 CSI300과 항셍지수가 올해 각각 7~8% 상승한 4200과 21,200까지 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지난해 중국 증시를 짓누른 요인으로는 먼저 제로 코로나 통제를 꼽을 수 있다. 상하이 등 주요 경제권에서 나타난 봉쇄로 내수 경기가 크게 위축됐다.중국은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위드 코로나’로 이행하고 있다. 급속한 통제 완화로 감염자가 급증하는 것은 올해 초 경제와 증시 향방을 가를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재는 직원 감염에 다수 사업장 운영이 차질을 빚고 있으며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해 내수 침체도 지속되고 있다.UBS 등은 1분기에 코로나 파동이 완화되고 2분기부터 중국 경제가 회복세를 되찾을 것으로 관측했다. 반면 JP모간 등은 소비 심리 냉각이 상당 기간 이어지면서 하반기로 가야 정상적 경제활동이 이뤄질 것으로 봤다.중국은 재정·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10년 넘게 이어온 적자재정에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방정부 재정이 더욱 악화하면서 인프라 투자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통화정책 부문에서 기준금리는 당분간 동결을 유지할 전망이다. 미국이 올해 기준금리를 연 5% 이상으로 올릴 전망인 가운데 중국이 연 3.65%인 금리를 더 내리면 외국인 자금 유출과 위안화 약세가 가속화할 수 있어서다. 민간 경제 활성화에 주목중국 지도부는 부동산과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로 대표되는 민간경제 활성화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2년 넘게 지속돼 온 고강도 규제를 해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부동산과 빅테크 주식도 반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중국 부동산개발 1위인 민간 업체 비구이위안은 홍콩증시에 상장해 있다. 지난해 연간 주가 하락률은 60%에 달한다. 하지만 작년 11월 이후 정부가 세 차례에 걸쳐 내놓은 부동산 지원 정책의 핵심인 대출 규제 완화, 공사 대금 대출, 주식 발행 허가 등의 수혜가 우량 대기업 중심이라는 점에서 비구이위안이 주목받고 있다.텐센트, 알리바바, 메이퇀, 징둥 등 빅테크는 대부분 홍콩증시 종목이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국영 기업과 민간 기업에 대한 동등한 대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간 경제의 지원과 민간 기업의 재산권·이익을 보호하겠다고도 선언했다. 2년 넘게 이어온 빅테크 압박을 마무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중신증권은 항공·여행, 식당 프랜차이즈, 아웃도어 등의 소비재 주식을 유망 업종으로 제시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업체인 시에청, KFC 등을 운영하는 얌차이나 등이 추천 종목으로 꼽힌다. 스포츠용품 업체인 안타와 리닝, 유제품 1·2위인 이리와 멍뉴 등도 내수 활성화 수혜주에 포함된다.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