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호두까기 인형의 절정…차이콥스키 '파드되'
연말 공연의 대명사인 발레 ‘호두까기 인형’의 하이라이트는 2막 파드되(2인무)다.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곡인 ‘꽃의 왈츠’의 화려한 군무에 바로 이어진다. 안무 버전에 따라 클라라(마리)와 왕자, 또는 사탕요정과 기사가 등장해 사랑스럽고 기품 넘치는 2인무를 춘다. 이때 흐르는 음악이 ‘파드되’나 ‘인트라다(intrada)’로 불리는 곡이다. 차이콥스키가 관현악 연주용으로 따로 발췌한 모음곡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음악회장에서 독립적으로 종종 연주된다.

하프의 펼침화음을 타고 첼로 파트가 ‘느리고 장엄하게(안단테 마에스토소)’ G장조 하행 선율을 연주하며 시작한다. 플루트와 오보에 등 목관 파트와 제1바이올린이 가세한 관현악 파트가 같은 선율을 각각 반복하며 전반부가 끝난다. 호른의 셋잇단 음표 반주에 맞춘 오보에와 베이스 클라리넷의 애수 어린 중간부 독주에 이어 금관이 본격적으로 가세한다. 오케스트라 총주에 피콜로가 새된 최고음을 내뿜으며 절정에 다다른 음악은 잠시 숨고르기를 한 뒤 팀파니의 힘찬 타격과 함께 마무리된다. 5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개별 악기들의 음색을 고루 뽐내면서 다채롭고 유기적으로 구성한 음악만으로도 극적인 감동을 준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