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의석으로 연정 참여…정치혼란·경제위기 극복 부담

히말라야 내륙국 네팔이 지난달 20일 총선 후 한 달 만에 새 정부를 맞게 됐다.

좌파 연합이 우여곡절 끝에 연정 구성에 성공하면서 공산주의 반군지도자 출신 푸슈파 카말 다할(68) 전 총리가 25일(현지시간) 차기 총리로 임명됐다.

마오주의 중앙 네팔공산당(CPN-MC)을 이끄는 그는 총리직만 이번이 3번째라 노회하게 정국을 운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그의 앞에는 노련함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난제도 산적한 상태라 우려의 시각도 공존한다.

3번째 네팔 총리직 맡은 다할…재집권했지만 '난제 산적'
◇ 마오주의 반군지도자로 이름 날려…총리 재임시 친중 정책 펴기도
1954년 네팔 동부에서 태어난 다할 신임 총리는 현지에서 '프라찬다'(사나운 자)로도 불린다.

게릴라 활동 등으로 네팔 왕정 종식과 공화제 전환을 주도하면서 이 같은 별명을 얻었다.

그는 1996년 마오주의 공산당 정치조직인 통일국민전선과 정부 간의 정치협상이 결렬돼 네팔 내전이 본격화하면서 반군지도자로 이름을 널리 알리기 시작했다.

2006년 6월에는 왕정 치하의 정부와 담판에서 공화제 새 헌법 제정, 공산당의 과도정부 참여 등을 끌어내고 내전을 종식시키면서 국제사회에도 존재를 각인시켰다.

이어 2008년 4월 치러진 제헌의회 구성 총선에서 승리를 주도하면서 그해 8월 공화제 첫 총리에 취임했다.

그는 총리직에 오른 뒤 토지개혁 등 강력한 개혁을 추진하면서도 자본주의 틀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혀 주목받기도 했다.

외교 정책에서는 오랜 우방국인 인도보다 중국에 치우친 듯한 정책으로 인도를 긴장시켰다.

2016년 8월 다시 총리가 된 그는 2017년 중국 방문 때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참여를 적극적으로 희망하기도 했다.

연정 파트너인 통합마르크스레닌주의 네팔공산당(CPN-UML) 총재 K.P. 샤르마 올리 전 총리도 친중 성향이 강한 인물이라 새 정부 외교의 무게 중심은 인도에서 중국으로 상당히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3번째 네팔 총리직 맡은 다할…재집권했지만 '난제 산적'
◇ 계속된 정국 혼란에 경제 문제까지 무거운 과제
다할 총리는 과거부터 계속된 정치 혼란을 끝내고 경고등이 들어온 경제를 회복시켜야 하는 등 막중한 과제에 직면한 상태다.

우선 네팔은 다당제가 도입된 1990년 이후 30번 가까이 총리가 바뀔 정도로 정치 혼란이 지속된 나라다.

2008년 왕정 폐지 이후에도 10여 차례나 정부가 바뀌었다.

2017년 총선에서 연합해 승리했던 다할 총리와 올리 전 총리가 이후 심각한 갈등을 빚으면서 작년 초 정국이 크게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애초 두 사람은 총리 임기를 절반씩 나눠 수행하기로 신사협약을 했지만 먼저 총리직을 맡은 올리가 이를 지키지 않으면서 갈라섰다.

이번에는 다할 총리가 임기 전반부를 수행한 후 올리 전 총리가 후반부 임기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다할 총리로서는 CPN-MC의 의석수(32석)가 CPN-UML(78석)보다 현저히 적다는 점이 향후 정국 주도 과정에서 상당한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침체한 네팔 경제도 다할 총리가 풀어야 할 큰 숙제다.

관광업에 크게 의존하는 네팔 경제는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국가 부도 상태에 빠진 스리랑카와 마찬가지로 관광 산업과 해외 노동자의 자국 송금 의존도가 높았는데 이와 관련한 외화 확보가 힘들어지면서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물가마저 치솟으며 어려움이 가중됐다.

6∼10월 5달 연속으로 월 소매 물가 상승률이 8%대를 기록했다.

외환보유고는 지난 10월 중순 기준 95억달러(약 12조2천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6개월치 수입대금을 겨우 결제할 수 있는 규모로 알려졌다.

20대 유권자 프라카시 타파는 로이터통신에 "빠른 경제 성장을 위해 정치적 안정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투자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3번째 네팔 총리직 맡은 다할…재집권했지만 '난제 산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