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어쩌나" 판교 '발칵'…유례없는 단속 초읽기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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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임금제 정조준한 정부
정부가 포괄임금제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예고하면서 포괄임금제를 많이 활용하는 IT업체들이 들어선 판교 등지에서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물론 여전히 '노조와 합의해서 잘 시행하고 있는데 뭐가 문제냐'는 자신감을 보이는 사업장도 있다. 반면 부리나케 자기 회사의 포괄임금제는 어떤지 점검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포괄임금제는 연장, 야간 근로 등 근로시간 별로 산정해야 할 임금항목을 '포괄'해서 일정액으로 지급하는 계약을 의미한다. 원칙적으로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제56조에 따라 실근로시간에 따라 법정수당을 계산해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법원은 현실적인 편의성 등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엔 포괄임금제를 인정해 왔다.
과거에는 비교적 포괄임금제를 폭넓게 인정해 오던 대법원이었지만 2010년 이후 입장의 변화가 생겼다. 포괄임금제의 유효 요건을 명확하게 밝히면서 포괄임금 허용 범위를 현저히 좁혀버린 것이다.
판례상으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인지 여부가 포괄임금제의 유효성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판례대로라면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이 혼재돼 구분하기 어려운 '감시단속 근로자'에 대해서는 포괄임금제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법원도 아파트 경비원(2020가단135991), 승강기 점검업무(2020가단10990), 숙박업체 청소 종업원(2021가단109358), 공사현장 차량바퀴 세륜기 관리자를 두고 설정한 포괄임금제가 유효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밖에 최근 대법원이 포괄임금제를 인정한 사례는 '버스 기사'다. 2020년 대법원은 금호고속 버스 기사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동일한 버스 노선이라해도 도로여건, 실시간 교통상황, 주행조건, 주행시간, 기상조건 등의 환경적 요인과 승무원의 근무태도, 운전습관 등 개별 요인에 따라 실제 운행시간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며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워 포괄임금제가 유효하다고 봤다.
방송국 근로자에 대해서도 인정된 바 있다. 법원은 2020년 4월 KBS와 노조가 체결한 포괄임금약정은 유효하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대법에선 심리불속행으로 마무리됐지만, 하급심 법원은 "방송·기술직군 등 방송국 소속 근로자들 중 상당수는 근무형태, 업무성질을 고려하면 단속적, 감시적 근로자에 해당하고 실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데다 연장근로도 쉽게 예상된다"며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포괄임금제가 인정된 직종은 대기시간이 긴 점, 근로와 휴게 시간이 혼재됐거나 감시단속적 업무에 해당된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그 외의 제조업이나 사무직에 대해서는 포괄임금제가 무효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보인다.(2020다224739)
고용부도 결국 팔을 걷어 붙였다. 지난 19일 고용부는 오는 1월부터 3월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업 등 포괄임금 오남용 의심 사업장을 타깃으로 삼아 첫 기획형 수시감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고용부의 이런 움직임의 배경엔 '노동시장 개혁'이 있다.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최대 연단위로 활용하는 방안, 유연근로제 확대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노동계의 장시간 근로에 대한 우려가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장시간 근로의 대표 원인으로 손꼽히는 포괄임금제를 손보고 가야 노동개혁의 명분이 선다.
판례에 기초한 단속 방향도 내놨다. △연장근로시간 제한 위반 △약정시간을 초과한 실근로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등을 집중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말한 포괄임금제 유효의 3가지 요건 중 첫번째인 '실근로 시간' 확인이 가능한지 철저히 살펴보고, 설사 포괄임금제가 유효하다 인정돼도, 포괄임금제로 약정한 근로시간을 넘긴 부분에 대해 수당을 주지 않았다면 임금체불로 단속하겠다는 의미다.
이런 기조대로라면 그저 불규칙한 연장근로 수당을 절감할 목적으로 포괄임금제를 도입한 일반 사무직 사업장은 철퇴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컴퓨터 등을 활용한 근로가 늘어나면서 근무시간·출입 기록 관리가 편리해져 근로시간 파악도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IT회사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정부의 단속 의지도 심상찮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미 고용부 일선 지청들은 대법원에서 포괄임금제 약정이 유효하다고 판단을 받은 일부 회사에 대해서도 포괄임금제 단속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의 강력한 항의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판례의 입장이 엄격하게만 적용된다면 감단 근로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포괄임금제는 단속 대상"이라며 "포괄임금제 활용 기업의 대대적인 임금체계 개편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포괄임금제는 연장, 야간 근로 등 근로시간 별로 산정해야 할 임금항목을 '포괄'해서 일정액으로 지급하는 계약을 의미한다. 원칙적으로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제56조에 따라 실근로시간에 따라 법정수당을 계산해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법원은 현실적인 편의성 등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엔 포괄임금제를 인정해 왔다.
과거에는 비교적 포괄임금제를 폭넓게 인정해 오던 대법원이었지만 2010년 이후 입장의 변화가 생겼다. 포괄임금제의 유효 요건을 명확하게 밝히면서 포괄임금 허용 범위를 현저히 좁혀버린 것이다.
포괄임금제, 관건은 '근로시간 확인'
고용부의 단속은 결국 2010년 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이 '예외적으로' 포괄임금제를 인정하는 요건은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거나 근로시간 규제를 위반하지 않을 것 △당사자 간 합의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않을 것을 요건으로 한다. 노사가 합의했다고 해도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포괄임금제는 무효가 된다.판례상으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인지 여부가 포괄임금제의 유효성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판례대로라면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이 혼재돼 구분하기 어려운 '감시단속 근로자'에 대해서는 포괄임금제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법원도 아파트 경비원(2020가단135991), 승강기 점검업무(2020가단10990), 숙박업체 청소 종업원(2021가단109358), 공사현장 차량바퀴 세륜기 관리자를 두고 설정한 포괄임금제가 유효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밖에 최근 대법원이 포괄임금제를 인정한 사례는 '버스 기사'다. 2020년 대법원은 금호고속 버스 기사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동일한 버스 노선이라해도 도로여건, 실시간 교통상황, 주행조건, 주행시간, 기상조건 등의 환경적 요인과 승무원의 근무태도, 운전습관 등 개별 요인에 따라 실제 운행시간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며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워 포괄임금제가 유효하다고 봤다.
방송국 근로자에 대해서도 인정된 바 있다. 법원은 2020년 4월 KBS와 노조가 체결한 포괄임금약정은 유효하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대법에선 심리불속행으로 마무리됐지만, 하급심 법원은 "방송·기술직군 등 방송국 소속 근로자들 중 상당수는 근무형태, 업무성질을 고려하면 단속적, 감시적 근로자에 해당하고 실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데다 연장근로도 쉽게 예상된다"며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포괄임금제가 인정된 직종은 대기시간이 긴 점, 근로와 휴게 시간이 혼재됐거나 감시단속적 업무에 해당된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그 외의 제조업이나 사무직에 대해서는 포괄임금제가 무효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보인다.(2020다224739)
유례없는 단속 될 것…게임회사들 '철퇴' 예상
판례가 바뀌었는데도 왜 여전히 일부 사무직, 제조업 사업장에서 포괄임금제가 성행할까. 근로자가 실근로시간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 회사와의 분쟁 등을 기피한다는 점이 문제다. 일부 기업은 결국 반사적 이익을 누리는 셈이다.고용부도 결국 팔을 걷어 붙였다. 지난 19일 고용부는 오는 1월부터 3월까지 소프트웨어 개발업 등 포괄임금 오남용 의심 사업장을 타깃으로 삼아 첫 기획형 수시감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고용부의 이런 움직임의 배경엔 '노동시장 개혁'이 있다.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최대 연단위로 활용하는 방안, 유연근로제 확대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노동계의 장시간 근로에 대한 우려가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장시간 근로의 대표 원인으로 손꼽히는 포괄임금제를 손보고 가야 노동개혁의 명분이 선다.
판례에 기초한 단속 방향도 내놨다. △연장근로시간 제한 위반 △약정시간을 초과한 실근로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등을 집중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말한 포괄임금제 유효의 3가지 요건 중 첫번째인 '실근로 시간' 확인이 가능한지 철저히 살펴보고, 설사 포괄임금제가 유효하다 인정돼도, 포괄임금제로 약정한 근로시간을 넘긴 부분에 대해 수당을 주지 않았다면 임금체불로 단속하겠다는 의미다.
이런 기조대로라면 그저 불규칙한 연장근로 수당을 절감할 목적으로 포괄임금제를 도입한 일반 사무직 사업장은 철퇴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컴퓨터 등을 활용한 근로가 늘어나면서 근무시간·출입 기록 관리가 편리해져 근로시간 파악도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IT회사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정부의 단속 의지도 심상찮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미 고용부 일선 지청들은 대법원에서 포괄임금제 약정이 유효하다고 판단을 받은 일부 회사에 대해서도 포괄임금제 단속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의 강력한 항의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판례의 입장이 엄격하게만 적용된다면 감단 근로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포괄임금제는 단속 대상"이라며 "포괄임금제 활용 기업의 대대적인 임금체계 개편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