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만들고 '재현'하는 작가…박민준 갤러리현대 개인전
미술작가 박민준은 이야기를 창조하고 이야기 속 세계를 '재현'하는 작업을 해왔다.

소설을 쓰고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을 드로잉이나 회화, 조각으로 표현하는 식으로 이미지와 텍스트를 연결한다.

그가 펴낸 두 권의 소설 중 '라포르 서커스'(2018)는 천재 곡예사 라포와 그의 동생 라푸를 중심으로 서커스 단원들의 이야기를 그렸고 '두 개의 깃발'(2020)은 미술사학자 알리자린이 600여년 전 활동한 화가 사피에르의 마지막 그림을 추적하는 과정을 담았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는 개인전 'X'는 이런 작가의 작업방식과 새롭게 시도하는 작업을 함께 보여주는 전시다.

'라포르 서커스'나 '두 개의 깃발' 연작들이 구체적인 이야기를 기반으로 했던 것과는 달리 신작 'X' 연작은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장면이나 대상을 풍경화나 정물화 양식으로 자유롭게 그린 작품이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스코틀랜드의 바닷가 등 실제 풍경을 배경으로 작가가 만들어낸 상황이나 캐릭터를 넣은 그림은 작가 특유의 고전 회화 같은 느낌은 여전하지만, 현실과 환상이 뒤섞여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야기를 만들고 '재현'하는 작가…박민준 갤러리현대 개인전
무대처럼 꾸며진 지하 전시장에는 신작 '콤메디아 델라르테' 연작이 걸렸다.

펜스가 쳐진 어두운 공간 속에서 동물 가면을 쓴 아홉개 인물의 초상화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채 공중에 걸려 있다.

관람객은 마치 연극을 보듯이 관람석에 앉아 그림을 볼 수 있다.

콤메디아 델라르테는 16세기 중반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즉흥 가면극이다.

작가는 원래 콤베디아 델라르테 캐릭터의 포즈와 복장은 그대로 가져오면서 얼굴에 개와 올빼미, 토끼, 고양이 등 동물 가면을 입혔다.

그리고 해당 캐릭터마다 대사를 만들어 캐릭터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야기를 만들고 캐릭터를 창조하는 대신 이번엔 캐릭터를 먼저 만들고 이야기를 덧붙이는 식으로 변화를 줬다.

'라포르 서커스'와 '두 개의 깃발' 이야기도 계속된다.

'두 개의 깃발' 소설에서 빈 캔버스로만 전해졌던 사피에르의 마지막 그림 '신념의 탑'과 '영원의 탑'이 전시장에서 '실제' 모습을 드러낸다.

'라포르 서커스'와 '두 개의 깃발'에 모두 등장하는 목각 인형 '엘카드몬'은 조각으로 실현됐다.

작가는 작품 곳곳에 전시 제목인 'X'를 숨겨뒀다.

'X'는 로마자로 숫자 10이자 작가의 열 번째 개인전, 미지의 가능성, 과거 연작과 새로운 연작의 연결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전시는 내년 2월5일까지.
이야기를 만들고 '재현'하는 작가…박민준 갤러리현대 개인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