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급매 게시물.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급매 게시물. 사진=연합뉴스
주택구입을 위해 퇴직연금을 당겨 쓴 사람이 작년 2만976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꺼내 쓴 금액은 1조2659억원이다. 연령별로는 30대의 퇴직연금 중도인출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집값 하락이 이같은 '영끌' 30대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 사려고 미래 퇴직연금도 영끌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2021년 퇴직연금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중도인출 인원은 5만4716명으로 전년 6만9139명 대비 20.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인출 금액은 1조9403억원으로 같은 기간 25.9% 감소했다.

하지만 주택을 사기 위해 중도인출을 한 경우는 외려 증가했다. 주택구입 목적으로 중도인출한 인원은 이 기간 2만9231명에서 2만9765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전체 인원 대비 비중은 42.3%에서 54.4%로 12.1% 포인트 늘었다.

인출 금액은 1조2659억원으로, 1조2122억원에 비해 500억원 가량 증가했다. 1인당 중도인출 금액은 약 4252만원선으로 계산된다. 부동산 폭등기에 퇴직연금까지 '영끌'해 주택을 마련한 사람들이 많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연령별로 보면 3040세대의 중도인출 규모가 컸다. 30대는 1만4314명이 집을 사기 위해 4373억원을 인출했다. 40대는 인원이 9339명으로 적었지만 인출 금액은 4626억원으로 더 많았다. '영끌' 주택 구입자는 30대가 더 많았지만 적립한 퇴직연금액은 40대가 더 많았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퇴직연금 중도인출은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주택구입, 주거임차, 장기요양, 파산선고, 회생절차 등이다. 주택구입 목적 외에는 모두 중도인출 인원이 감소했다. 전세금 마련 등 주거임차를 위한 퇴직연금을 당겨쓰는 경우는 지난 2020년 1만5966명에서 지난해 1만4870명으로 감소했다. 다만 인출 금액은 4270억원에서 4555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작년 전세가격 상승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퇴직연금 적립액 300조원 육박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액은 295조원으로 전년 255조원 대비 15.5% 증가했다. 확정급여형(58.0%), 확정기여형(25.6%), 개인형 퇴직연금(16.0%), IRP특례(0.4%) 순이다. 적립금액의 83.1%는 원리금보장형, 13.6%는 실적배당형으로 운용 중이며, 전년 대비 실적배당형 구성비는 2.9%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역별로는 은행사가 50.5%, 생명보험사가 22.2%, 증권사가 21.3%, 손해보험사가 4.8%, 근로복지공단이 1.2%를 차지했다.

퇴직연금제도 도입 사업장은 42만5000곳으로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전체 가입 근로자는 683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2.8% 늘었다. 가입대상 근로자 1195만명 중 가입률은 53.3%로 집계됐다. 개인형 퇴직연금을 해지한 인원은 전년 대비 2.6% 늘어난 86만5000명이었다. 해지 금액은 약 12조원이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