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모더나 주가가 최근 20% 이상 급등했습니다. 모더나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해 세계적 바이오텍이 된 회사입니다. 모더나 주가가 급등한 건 mRNA가 암 치료제로도 쓰일 수 있다는 걸 최근 임상에서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mRNA는 어떤 원리로 암 치료제가 될 수 있는 걸까요.

떠오르는 'mRNA 암치료제'…암 정밀 타격할 '군대' 키우죠
최근 항암 치료 트렌드는 사람의 면역체계를 활용하는 겁니다. ‘암세포 공격수’인 T세포나 자연살해세포 같은 면역세포를 활용합니다. 팔팔한 면역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해 넣어주기도 하고, 암세포를 정밀 타격할 수 있도록 면역세포를 일부 변형하기도 합니다. 독성 화학 약물로 암세포를 죽였던 과거 방식에서 진화했습니다.

mRNA 암 치료제 역시 체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면역체계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백신으로 부를 뿐이지 코로나19나 독감처럼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물론 자궁경부암처럼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암은 예방 차원의 암 백신이 있긴 합니다.

암세포에는 정상세포엔 없는 신생항원이 존재합니다.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생긴 단백질입니다. ‘내가 암세포야’라는 일종의 표식입니다. 신생항원을 일으키는 유전자 돌연변이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암 백신 앞에 대체로 ‘개인 맞춤형’이라는 말이 붙습니다.

mRNA 암 백신은 신생항원이라는 표식을 만들 수 있는 일종의 설계도입니다. 신생항원 정보가 담긴 mRNA를 주사해 내 몸의 면역체계가 신생항원을 달고 있는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겁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 설계도를 주사해 진짜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싸울 수 있도록 하는 코로나19 mRNA 백신과 같은 원리입니다. 그래서 mRNA 암 백신 개발에서는 신생항원의 발굴이 중요합니다.

모더나는 피부암 환자 157명을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실시했습니다. 미국 MSD의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만 투여한 환자군과 키트루다와 mRNA 암 백신을 함께 투여한 환자군을 무작위로 나눠 임상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병용 투여군의 사망·재발 위험이 단독 투여군보다 44% 낮게 나타났습니다.

mRNA 암 백신의 가장 큰 장점은 짧은 개발 기간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에 바로 대응할 수 있듯 신생항원 정보를 알면 mRNA, 즉 설계도를 만들어 몸속에 주입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2~3개월이면 특정 항원에 대한 암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고 봅니다. 코로나19 백신 때 지질나노입자가 보호막으로 쓰이면서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암 백신 시장은 2027년까지 73억300만달러(약 10조원) 규모로 연평균 11.8%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모더나를 비롯해 바이오엔텍, 큐어백 등이 mRNA 암 백신 개발의 선두 주자로 꼽힙니다. 국내 바이오업계도 얼마 전부터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