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부담에 반지하 벗어나기 어려워
옥탑방, 고시원으로 갈 경우 지원 제외
"보증금, 공공임대주택 지원해야"

지난여름 폭우 침수 피해 이후 이주 지원 정책이 제시되었으나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반지하 주택에 살고 있다.

8월 집중호우 당시 반지하 주택에 사는 주민들이 집에 갇혀 결국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서울시는 반지하 주민들의 지상 이주를 돕는 '반지하 특정 바우처'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반지하 특정 바우처는 2년간 매달 20만 원의 월세를 지원하여 반지하 거주 가구의 지상층 이주를 돕는 정책이다.

지원 금액인 20만 원은 지상과 반지하 거주 가구의 평균 월세 차액(13만 8천 원) 및 타 주거 사업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산정했다.

하지만 바우처 수혜 대상에 고시원, 옥탑방 이주자가 제외됐다.

반지하 거주 주민들은 월세 20만 원 지원만 받고 지상층으로 이주하기는 부담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OK!제보] 침수 피해 4개월…여전히 반지하인 이유
관악구 조원동 반지하에 사는 A(29)씨는 "침수 피해를 복구하는 데 돈을 쓰다 보니 아무리 아껴도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보증금이 없다"며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반지하 보증금으로는 옥탑방이나 고시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데, 정작 서울시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니 계속 반지하에 살고 있다"고 전했다.

동작구 신대방역 근처 반지하에 살며 침수 피해를 본 B(28)씨도 "현재 사는 반지하는 관리비를 포함해 월세 15만 원에 살고 있다"며 "모아둔 보증금도 없어 월세까지 높은 지상으로 이주하기는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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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과 고시원이 바우처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 이유는 반지하 거주 가구 지원 대책의 취지에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거 취약지는 반지하뿐만 아니라 옥탑방, 고시원도 포함한다"며 "반지하 이주 지원 정책을 통해 또 다른 주거 취약지로 이동하게끔 유도하는 처사는 정책 취지와 맞지 않기 때문에 옥탑방과 고시원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주거 상향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면 대응 방안이 더 촘촘해야 했다고 지적한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원칙적으로 서울시 말처럼 반지하에서 또 다른 주거 취약지로 이동을 유도하면 안 된다"며 "다만 실질적인 주거 향상을 위해서는 보증금 지원도 함께 돼야 했었는데, 서울시 지원 정책에 관련 내용은 빠져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반지하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공공임대주택 지원이 우선적인 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