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애플 중국 생산 쇼크는 호사다마? LG이노텍 투심 내년엔 살아날까
세계 최대 아이폰 생산기지로 알려진 폭스콘의 중국 장저우 공장인 아이폰14 시리즈 전체 출하량의 80%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이곳에서 대규모 탈출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폐쇄된 공장 안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자 불안을 느낀 노동자들이 대거 귀향을 택했습니다. 공장을 벗어나기 위해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폭스콘은 귀향 노동자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위로금과 높은 시급을 내걸었지만 아이폰 생산은 역대급 차질을 빚었습니다.

이 사태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국내 기업이 있습니다. 아이폰의 핵심인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장저우 폭스콘 공장 시위로 인해 최소 600만대 이상의 아이폰이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공장을 떠난 노동자들이 얼마나 빠르게 채워져 조립이 정상화되느냐에 따라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앞서 당시 LG이노텍 주가는 지난 9월말 6거래일 연속 추락하며 23%나 급감했습니다. 중국의 아이폰 14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하다는 외신 보도가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습니다. 거기에 폭스콘 장저우 공장의 아이폰 생산이 차질을 빚자 아이폰 호재로 승승장구하던 LG이노텍에 올라탄 주주들은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두 달 남짓 만에 6%가량 반등에 성공했지만 아이폰 생산 차질 여파로 4분기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악재에 발목 잡힌 LG이노텍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요. 마켓PRO가 LG이노텍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해봤습니다.

높아진 애플 의존도, 중국 쇼크에 휘청

[마켓PRO] 애플 중국 생산 쇼크는 호사다마? LG이노텍 투심 내년엔 살아날까
지난 9월 35만원을 넘어선 LG이노텍 주가는 나흘 만에 27만대로 추락합니다. 중국의 아이폰14 수요가 예상보다 저조하다는 소식이 영향을 줬습니다. 여의도에선 "우려가 과도하다"는 의견을 쏟아냈습니다. 중국 내 수요가 부진하더라도 당시 벌어진 주가 하락 수준이 과도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전체 출하량이 전작 대비 줄어들더라도 아이폰 프로 시리즈 판매 비중이 월등히 높아 애플과 부품사들의 수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결론적으로 금일 주가 하락은 과도하며 매수 기회로 삼을 것을 권고한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LG이노텍 광학솔루션 사업부문은 그간 꽃길을 걸어왔습니다. 3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49%의 성장을 이뤄냈을 정도죠. 회사 측에서도 "3분기 누적 매출 10.3조원을 달성하며 글로벌 일등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고 자신할 정도였습니다. 실제 LG이노텍은 깐깐하기로 소문난 애플을 만족시킬 만큼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애플의 신뢰를 얻은 덕분에 광학솔루션 사업은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애플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애플의 매출의존도는 75%에 달했습니다. 올해는 그 수치가 80%를 넘어섰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전세계적으로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아이폰 덕분에 높은 애플 의존도가 LG이노텍의 호실적으로 이어졌지만, 애플이 돌발 악재로 휘청일 때마다 LG이노텍이 받는 충격이 너무 크다는게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낮아지는 실적 전망치...투심 회복은 내년 1월?

애플에게 닥친 악재가 어느 정도까지 LG이노텍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립니다. 금융정보업체 애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이노텍의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7조873억원, 5888억원입니다. 다만 이 수치는 중국발 악재가 충분히 반영돼있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실제 키움증권은 14일 LG이노텍과 관련된 새로운 종목보고서를 내면서 영업이익 전망치를 4814억원으로 낮춰잡았습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폭스콘 정저우 공장의 신형 아이폰 생산차질과 원화 강세 영향 등을 반영한 것"이라며 "앞서 폭스콘의 11월 매출은 전월보다 29% 감소했는데, 통상적으로 11월 매출이 증가했던 것과 대비된 결과로서 정저우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고 밝혔습니다.

투자심리가 개선되는 시점은 내년 1월께로 점쳐집니다. 신형 아이폰 생산 차질 문제가 해소돼야 투자할 의욕이 다시 생겨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키움증권의 경우 최근에 벌어진 단기 악재로 인해 목표주가를 기존 47만원에서 43만원으로 낮춰잡기도 했습니다.)

되레 이번 악재로 인해 내년 실적 전망이 더욱 밝아졌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김 연구원은 "내년에 광학솔루션 주도로 이익 성장 가시성이 더욱 높아졌다"면서 "내년 영업이익은 8% 증가한 1조7026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광학솔루션은 아이폰15 시리즈가 폴디드줌 카메라를 채택할 예정이어서 판가가 상승하고, 액추에이터 내재화 경쟁력이 돋보일 것"이라며 "전면 카메라 매출이 확대되고, 자율주행 및 XR 기기 카메라의 성장세가 더해질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한 펀드매니저 역시 "아이폰의 경우 팬덤이 높은 상품으로 상품 출고가 길어진다고 해서 고객들이 금세 마음을 돌리지 않는 편"이라며 "당장 생산 차질로 인해 실적에는 부담이 생겼지만 충성도 높은 고객들에게 아이폰이 원활하게 제공되는 내년으로 매출이 이연됐을 뿐"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마켓PRO] 애플 중국 생산 쇼크는 호사다마? LG이노텍 투심 내년엔 살아날까
다만 향후 실적 전망치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키움증권의 경우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1조7065억원에서 7.2%(1조5831억)를, 내년 영업이익은 1조7635억원에서 1조2026억원으로 3.5% 낮춰잡았습니다.

애플에 지나치게 편중도 매출 구조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LG이노텍 실적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아진 상태"라며 "협력사를 고르는데 까다롭기로 소문난 애플과의 협력관계가 끈끈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은 좋지만 단일 악재에 회사 전체 실적이 크게 출렁이는 일이 없도록 사업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애플 역시 중국 리스크를 덜기 위해 인도 생산량을 현재보다 3배이상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입니다. LG이노텍 역시 전장, 반도체 기판에서 보다 힘을 발휘한다고 2024년 영업이익 2조원을 달성할 것이란 현재의 관측이 좀더 빨라지지 않을까요.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