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윤핵관', 저 떨어뜨리려 룰 바꾼다는 거냐"
안철수 "역선택 방지 아니라 당지지층 배제하는 것"
친윤계는 반색…권성동 "당심 100%", 김기현 "옳은 방향"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새 당대표를 선출할 전당대회를 3월 초에 열겠다고 못 박으면서 레이스 초반 우위를 선점하려는 주자들의 경쟁이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특히 '당심'(黨心) 반영 비중을 확 높이는 룰 개정이 본격적으로 거론되면서 주자별로 유불리에 따른 수 싸움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번 전당대회는 당대표 선거에서 당원투표 반영 비중을 늘리고 야당 지지자들에 대한 역선택 방지조항도 마련하는 방향으로 룰 개정이 진행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정 위원장이 '100만 책임당원 시대'를 강조하자 13일 비상대책위원들도 앞다퉈 당심 확대에 힘을 실었다.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현재 당헌상 '7:3'으로 규정된 당심(黨心)과 민심(民心·여론조사) 비율을 '9:1' 또는 '10:0'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주혜 비대위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경선 룰에 있어서 당원들의 의사를 더 많이 반영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고, 김종혁 비대위원은 SBS 라디오에서 "당대표를 뽑는 데 여론조사가 들어가는 그 자체가 불합리하다"고도 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의원들과 당원들 사이에는 큰 이견이 없다"며 "9대 1과 역선택 방지는 지금은 상수로 보고 가야 하는 게 맞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與 '당심 확대' 전대에 친윤·비윤 갈등 불붙나
친윤(친윤석열)계 주자들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당내 친윤계 핵심이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맏형' 격인 권성동 의원은 당원투표를 100%로 하고 역선택 방지 조항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기현 의원은 역시 BBS 라디오에서 "당의 대표를 뽑는 것"이라며 "당의 정체성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그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 옳다"며 당심 확대에 힘을 실었다.

여기에는 당심 투표 비율을 높일수록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업은 친윤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 곡선인 것과 맞물려, 당 대표 선거에서 '윤심'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란 기대감도 작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친윤계 내부적으로도 의견이 100%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친윤계 주자군으로 분류되는 윤상현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의 경우 역선택 방지 필요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당원투표 비중을 조정하는 룰 변경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 비윤(비윤석열)계 주자군에서는 반대가 한층 거세다.

안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9대 1 또는 10대 0은 역선택 방지가 아니고 국민의힘 지지층을 배제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유 전 의원은 전날 저녁 KBS 라디오에서 "비정상적으로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윤핵관 세력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그렇게 저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룰을 바꾼다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외부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보이는 둘은 현행 7대 3을 유지한다면 승부수를 띄워볼 만하다고 여기는 모습이다.

원외인 유 전 의원이나, 국민의힘에 입당한 지 반년이 채 안 된 안 의원의 경우 내부 조직이나 지지기반은 취약한 편이지만, 대중적 인지도와 중도 확장성을 기반으로 각종 외부 여론조사에서 1, 2위 순위권을 다투고 있다.

연말연초 룰개정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당내 계파 충돌 양상이 표면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與 '당심 확대' 전대에 친윤·비윤 갈등 불붙나
룰개정에 대한 찬반논쟁과 별개로, 당심을 향한 주자들의 발걸음은 여전히 분주하다.

아직 예산안 처리가 남았지만 정기국회는 끝이 났고, 1개월 남짓 선거운동 기간을 고려하면 '본게임'은 이제부터라는 관측이다.

주자들은 특히 영남권 선점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김 의원은 부산·대구·경남을 주요 거점으로 삼아 전국 당협을 방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지난 오는 15∼19일 경남, 20∼23일 대구·경북(TK)을 찾을 예정이다.

윤 의원도 "대구·경북으로 많이 활동하고 있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권 의원은 최근 들어 매주 주중 또는 주말에 TK 지역을 반복적으로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는 TK에는 윤 대통령 지지층도 두텁다.

이들의 표심 확보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주자들은 저마다 신규 당원 모집도 한창이다.

국민의힘 당규상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책임당원 자격이 주어진다.

내년 3월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려면 이번 달까지는 당원으로 가입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곳곳에서 세력화 모임이 기지개를 펴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원내에서는 친윤계 의원들이 주축이 되는 공부모임 '국민공감' 등에 시선이 쏠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