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타트업 업계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초기 벤처기업은 버티는 것도 힘겹습니다. 게다가 올 들어 투자시장 위축에 경기 침체까지 겹쳐 더욱 힘든 상황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상당수 스타트업들이 살길을 찾고 있죠. 당초 계획보다 돈 버는 사업을 강화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각종 비용을 줄이는 경우도 있죠. 한경 긱스(Geeks)가 국내 스타트업들의 고군분투를 소개합니다.

새로운 사업을 찾아라

기존 사업 아이템을 버리고 다른 아이템을 찾아낸 ‘피봇’과 다른 경우다. 인공지능(AI)이 수학 문제를 풀어주는 수학 교육 앱 ‘콴다’로 유명한 AI 스타트업 매스프레소는 최근 해외 시장 진출 방식을 다각화하고 있다. 콴다의 글로벌 가입자 수는 7000만 명이 넘을 정도로 해외 시장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콴다는 수학 문제 풀이 앱이다. 사용자가 휴대폰 카메라로 수학 문제 사진을 찍으면 AI가 자동으로 풀어준다. 5초 이내에 문제 풀이와 관련 유형, 개념 영상 등 맞춤형 콘텐츠가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 무료 서비스이기 때문에 수익 창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콴다스터디 강사진 홍보용 사진. 콴다 제공
콴다스터디 강사진 홍보용 사진. 콴다 제공
매스프레소는 해외 시장에서 콴다의 인지도를 다른 사업에 활용하기로 했다. 베트남의 콴다 가입자 수는 2000만 명에 달한다. 현재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350만명 정도다. 안드로이드 기준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의 ‘슈퍼앱’으로 불리는 그랩보다 높은 수치다. 동남아 지역은 선진국에 비해 교육 인프라가 열악한 곳이 많다 보니 어려운 수학 문제를 접했을 때 도움이나 지도를 받기 어려운 학생이 많다.

매스프레소는 지난해 하반기 베트남에 ‘콴다 스터디’라는 신규 서비스를 내놨다. 실시간 온라인 강의 프로그램이다. 중·고등학생 대상으로 국어, 영어, 과학 수업을 제공한다. 콴다는 해당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베트남에서 일명 '1타 강사'를 영입했다. 매스프레소 관계자는 “학생들이 하노이나 호치민에서만 수강이 가능했던 1타 강사진들의 강의를 온라인으로 지방에서도 수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특유의 ‘인강’ 교육 콘텐츠를 변형해 해외에 내놓은 것이다.

수익 모델을 강화하라

기존의 수익 창출 사업을 강화하는 경우다.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당근마켓은 흑자 전환이 그렇게 급한 기업은 아니다. 지난해 8월까지 유치한 투자금이 2000억원이 넘는다. 다만 적자가 2020년 134억원에서 지난해 352억원에서 크게 늘었다. 올해 들어 당근마켓에 투자한 벤처캐피털(VC) 일부는 당근마켓에 수익 강화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영향으로 당근마켓도 최근 수익 사업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당근마켓이 올해 시범 기간에 처음 도입한 기업 광고(위에서 두 번째, 배스킨라빈스) 모습. 당근마켓 제공
당근마켓이 올해 시범 기간에 처음 도입한 기업 광고(위에서 두 번째, 배스킨라빈스) 모습. 당근마켓 제공
당근마켓은 지난달 정교한 지역 타깃 전문 마케터를 위한 광고 솔루션을 출시했다. 기업의 광고 마케팅 담당자나 광고대행사, 미디어랩사 등 전문적이고 큰 규모의 광고 집행을 원하는 광고주가 대상이다. 이전의 당근마켓 광고 사업은 대부분 지역 자영업자가 고객이었다. 앞으로 당근마켓이 대기업이나 유명 브랜드 대상 광고 유치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얘기다.

전문가모드는 광고 타깃과 목적, 캠페인, 예산 등 상황에 따라 맞춤형으로 진행할 수 있는 전문가용 광고 솔루션이다. 기존 간편모드는 광고 집행이 낯설고 가게 운영에 바쁜 자영업자들을 위해 쉽고 빠르게 자동으로 광고 집행을 돕는 기능이다. 전문가모드는 광고 대상 설정부터 목표에 맞는 캠페인 전략 수립까지 다양한 세부 기능들을 마케터가 원하는 대로 설정해 최적의 형태로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

김창주 당근마켓 광고실 실장은 “전문가모드 출시에 앞서 일부 기업들과 시범 운영한 결과 광고 클릭률 및 유입률 측면에서 높은 효율과 성과를 보여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며 “시범 기간 동안 광고주들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반영하여 업그레이드한 만큼 로컬 마케팅을 위한 최적의 광고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직을 쇄신하라

회사 조직을 개편해 각종 비용 줄이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경우다. 지난달 국내 대표 다중채널네트워크(MCN) 기업인 샌드박스네트워크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다고 밝혔다. 지난해 샌드박스네트워크는 매출 1137억원을 올렸다. 하지만 12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늘지만 영업손실 규모는 커질 전망이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자본 시장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와 신규 사업을 전개해왔습니다. 그러나 현재 시장 상황이 변화하게 됐고 이에 대한 선제적 조치로 기존의 성장 중심의 전략에서 수익성 중심의 전략과 체질 개선을 단행하게 됐습니다”라고 입장문을 최근 공개했다.

이 회사는 콘텐츠 글로벌 유통과 국내 미디어 판매 사업과 출판 사업은 외부 제휴 혹은 파트너십을 통해 추진할 계획이다. 신사업 중 e스포츠 대회 운영 대행 부분은 사업 종료하고자체 브랜드 커머스 부문은 매각할 계획이다. 이런 방침에 따라 직원 수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직원 수는 지난 9월 580명을 넘기며 고점을 찍고 감소하고 있다. 샌드박스네트워크 관계자는 "이번 조직 효율화 이후 회사 체질 개선뿐만 아니라 핵심 사업인 플랫폼 사업과 광고 사업의 매출 증대로 내년 2분기에는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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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스타트업보다 먼저 닥친 위기를 넘어선 스타트업도 있다. 스푼라디오가 대표적이다. 스푼라디오는 지난해 195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투자 유치에도 실패해 벼랑 끝에 몰렸다. 직원 수는 지난해 140여 명에서 올 5월 90여 명으로 35% 이상 감소했다.

하지만 사업 방식을 바꾸면서 회사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스푼라디오는 작년까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성장하는 전략에서 올해는 투자 유치 없이 이익을 내는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서비스 본질에 대한 개선,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에 집중했다. 스푼라디오는 실시간 오디오 방송 플랫폼 스푼을 운영하고 있다. 9월 기준 월평균 이용자는 100만 명 정도다.

DJ가 진행하는 여러 방송을 청취자가 골라 듣는 방식이다.스푼라디오의 이번 실적 상승의 주요 요인은 고소득 DJ 확보다. 올해 고소득 DJ 수는 작년 10월 840명에서 올해 10월 1030명으로 20%이상 증가했다. 스푼라디오 관계자는 "고소득 DJ 증가 과정에서 DJ의 만족도를 높이고 마케팅 효율을 극대화해 비용의 효율화도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선택과 집중으로 가능성이 높은 국가를 집중 공략했다. 현재 전체 이용자 중 절반 가량이 일본 사용자다. 일본 내 결제 금액 역시 전체 결제금액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성과는 나타났다. 스푼라디오는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해당 기간 매출액은 340억원, 영업이익은 40억원이었다. 이런 추세면 올해 연간 기준으로 흑자 전환할 전망이다. 최혁재 스푼라디오 대표는 “이번 성과는 공격적인 마케팅 비용을 우선 시 했던 과거의 이른바 적자 성장 전략을 탈피하고 영업이익을 만들어 낼 수 있음을 증명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DJ와 스푼라디오가 동반성장하고 콘텐츠의 질을 올리며 매출 역시 증가할 수 있도록 집중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