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 수월봉 절벽, 36년간 파도에 깎여 최대 13m 밀려나
정승호 학예연구원, 항공사진 비교 분석…"응회암층, 변형에 취약"

천연기념물인 제주 수월봉 남쪽 화산쇄설층 해안 절벽이 지난 36년간 최소 3m에서 최대 13m 파도에 깎여 밀려난 것으로 조사됐다.

정승호 국립문화재연구원 학예연구사는 최근 문화재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문화·자연 유산별 기후변화 영향' 연구보고서에서 제주 해안 일대 지질·지형 유산 현황과 과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는 1986년부터 촬영된 항공 사진을 시기별로 비교·분석해 도출한 결과다.

수월봉 남쪽 해안절벽이 깎여 밀려났고 대신 모래 해변은 확장된 것으로 분석됐다.

정 학예연구사는 수월봉 화산쇄설(깨어진 부스러기)층 남쪽 해안과 송악산 해안 지대를 구성하는 응회암은 변형에 취약해 반복적인 파압으로 급격한 대규모 붕괴가 진행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파압은 지속적인 파도의 작용에 따라 밀려와 부딪치는 파도의 압력을 말한다.

수월봉 화산쇄설층은 암석 붕괴에 대한 별도의 모니터링이 시작된 2012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소규모 낙석과 붕괴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수월봉 화산쇄설층의 엉앙길∼갱도진지 구간과 한장동 해안 사면에서는 여름철 태풍과 집중호우 영향으로 크고 작은 낙석이 발생해 펜스 훼손과 일부 구간의 토사 유출이 확인됐다.

2017년에는 엉알길 일대에서 대형 낙석이 발생했고 2018년에도 응회암 낙석이 발생한 바 있다.

수월봉 화산쇄설층과 송악산은 현무암질 응회암으로 구성된 화산체다.

일반적으로 파도와 바람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표면침식이 점진적으로 발생하며 또 해안절벽에 자생하는 식물 뿌리가 암반 내 갈라진 틈을 확장하게 해 낙석을 유발하기도 한다.

2009년 천연기념물 제513호로 지정된 수월봉 화산쇄설층은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일원에 분포하고 있다.

수성화산 활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질명소로, 수중에서 분출한 화산쇄설물이 쌓여 만들어진 화산체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정 학예연구사는 "수월봉 해안절벽 상부의 소로(작은 도로)와 배수로, 해안도로 등 인위적인 침식 유발 요소를 직접적·간접적으로 제거해 지표 유출에 의한 사면 침식 예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송악산은 지표수가 유입돼 표면침식이 확인되는 탐방로 구간 변경이나 배수로를 신설해 사면을 안정화하도록 하고, 파도에 직접 노출된 지역으로는 근해에 방파제 등을 설치해 연안 환경을 보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