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용 매직’이 18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신입사원 공채 출신 최초의 여성 임원’ 타이틀을 지닌 이정애 LG생활건강 부사장(사진)이 사장 승진과 함께 LG생활건강의 신임 수장에 선임됐다.

LG생활건강은 24일 이사회를 열고 음료 사업부를 총괄하는 이 부사장을 LG그룹의 첫 여성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대표이사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1963년생으로 이화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 신임 대표는 1986년 LG생활건강에 공채로 입사했다. 생활용품 분야에서 마케팅 업무를 시작하며 경력을 쌓았다. 생활용품, 화장품, 음료 등 LG생활건강의 주력 사업부를 모두 거친 현장형 기업인으로 평가받는다.

이 대표는 사업부장 재직 시절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주목받았다. 2011년 생활용품 사업부장을 맡아 제품 프리미엄화에 주력해 생활용품시장 1등 지위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 2015년 말 부사장 승진과 함께 럭셔리 화장품 사업부장을 맡아 ‘후’ ‘숨’ ‘오휘’ 등의 브랜드를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 특히 후는 ‘왕후의 궁중문화’라는 차별화된 감성을 고객들에게 전하며 단일 브랜드로 2016년 연매출 1조원, 2018년에는 국내 화장품업계 최초로 연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2005년 1월부터 LG생활건강을 이끌었던 ‘LG그룹 최장수 대표’ 차석용 부회장은 대표직을 내려놨다. 후진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용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이 공채 출신을 대표직에 앉힌 것은 조직 안정과 실적 회복을 주문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P&G 출신으로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글로벌 마케팅을 펼친 ‘비(非)LG맨’ 차 부회장이 LG생활건강의 외형을 확대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면, 공채 출신의 이 대표는 조직 안정과 경영 내실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돌파할 방안을 찾는 것이 급선무로 지적된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