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강' 대치 정부도 부담…노동부 "노동계와 대화 최선" 민주노총 산별 연맹의 파업이 잇따르고 정부가 엄정 대응을 예고하면서 노-정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근로시간, 임금체계 개편 등의 노동 개혁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4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이날 0시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화물연대는 이날 오전 10시 전국 16곳에서 동시에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2만2천 명으로 추정되는 화물연대 조합원 중 43%(9천600명)가 총파업 출정식에 참여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가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에 대비한 결과 지금까지는 물류에 큰 차질이 없지만, 현대제철 포항공장 등 일부 사업장은 이미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에 따른 대국민 담화문'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하겠다며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이에 화물연대는 "국토교통부가 왜곡된 주장을 했다"며 이날 오후 5시 경기 의왕ICD오거리에서 긴급 브리핑을 하겠다고 예고하는 등 공방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화물연대 말고도 민주노총 산별 연맹인 공공운수노조 산하 조직의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지부와 서울대병원분회 파업으로 노동계의 '동투'(冬鬪·겨울 투쟁)가 본격화했다.
이어 25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조와 학교 비정규직 노조, 30일 서울교통공사 노조, 다음 달 2일 전국철도노조 파업이 예고돼 있다.
올겨울 노동계 투쟁이 특히 주목받는 것은 현재 정부가 강도 높은 노동 개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 개혁을 연금·교육 개혁과 함께 '3대 개혁' 과제로 꼽았다.
대통령 지시를 받은 고용노동부는 주 52시간제를 비롯한 근로시간 제도와 호봉제로 대표되는 임금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노동시장 개혁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동투 과정에서 노동계와 대립이 심해지면 노동 개혁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노동계가 정면으로 반대하는 과제를 밀어붙이기가 정부로서도 부담되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여당과 비교해 노동계와 상대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거대 야당'의 반발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개혁 과제 중에는 국회 입법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이 적지 않다.
이번 파업을 주도하는 민주노총은 노사정 간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빠져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대정부 투쟁을 했던 민주노총이 윤석열 정부와 협력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과의 갈등 심화가 노동계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는 데 정부의 고민이 있다.
당장 한국노총은 이날 오전 민주노총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노동 개혁 방향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정부로서도 윤 대통령이 '변함없는 친구'라고 일컬을 정도로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노총까지 정부에 등을 돌리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 사태 당시 공권력 행사까지도 신중히 검토했지만, 노사 간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현실화하지는 않았다.
파업이 장기화하고 그로 인한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져 노-정 간 '강대강' 대치가 심해질수록 노동 개혁 완수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노동계와 대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