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일반 은행에 적용되는 엄격한 감독 시스템에서 한 발 벗어나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와 헤지펀드 등 비은행 금융에 대한 규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가 비은행 금융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정책을 되돌려 이들 회사에 대한 규제를 다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정통한 소식통들이 WSJ에 전했다.

미 정부, 비은행 금융사 규제 강화 추진…'대마불사' 대응
이번 대책은 최근 가상화폐거래소와 헤지펀드, 자산관리회사, 보험사, 담보대출업체 등 비은행 금융사의 부실 위험이 커짐에 따라 이들 회사를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 지정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를 위한 FSOC의 작업은 아직 초기 단계여서 공론화는 몇달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설명했다.

SIFI 지정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AIG와 리먼 브러더스 등의 부실 문제에 대응하면서 비은행 금융사의 감독 강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돼 도입된 제도다.

덩치가 너무 커 망하게 놔두면 금융 시스템 안정을 해칠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큰 '대마불사'(大馬不死) 기업에 대해 금융 당국의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FSOC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GE캐피털, 프루덴셜, AIG, 메트라이프 등 4개사를 SIFI로 지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그 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을 거치며 모두 SIFI 지정에서 풀려났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9년 FSOC의 규정을 개정해 SIFI 지정 요건을 까다롭게 만들기도 했다.

이에 비해 바이든 행정부에서 임명된 당국자들은 이미 뮤추얼 펀드 규제 강화 조치에 나섰으며, 현 FSOC 위원의 절반가량은 최근 몇 주 새 트럼프 행정부 때 만들어진 규정에 대한 개정 의사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이달 들어 펀드의 자산 유동화에 대한 새 규제를 추진 중인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게리 겐슬러 위원장은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의 총자산이 최근 몇 년간 급증해 21조 달러(약 2경8천조원)에 달하면서 일반 은행 부문과의 차이가 2조 달러에도 못 미치게 됐다고 그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