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이민자 고강도 단속…부모 허락 없이 추방되는 어린이들도
아동마저…도미니카, 아이티이민자 무차별 추방에 인권침해 논란
도미니카공화국이 이웃나라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을 무차별 추방하고 있다.

부모의 허락도 없이 추방된 어린이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NN 방송에 따르면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21일(현지시간) 도미니카공화국 이민 당국이 추방해 아이티가 인계받은 어린이 추방 대상자가 올해에만 1천8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아이티로 추방당한 어린이 가운데 상당수는 신분을 증명한 서류도 갖추지 못했다고 CNN은 보도했다.

이들이 아이티 국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할 방법도 마땅치 않은 셈이다.

도미니카공화국의 이민자 구금센터에는 반대로 아이와 떨어진 부모를 발견하기 어렵지 않다고 CNN은 전했다.

도미니카공화국 이민 정책을 연구하는 싱크탱크 '이민감시와 사회발전'의 요아나 쿠즈모바 연구원은 "한 여성은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아이 없이 기저귀 가방만 멘 채였다.

도미니카공화국의 이민당국 직원이 아이를 버스로 데려다주겠고 해놓고 실제로는 데려다주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수년째 자국 내 아이티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고강도 불법체류 단속을 벌이고 있다.

두 나라는 카리브해에서 두 번째로 큰 섬 히스파니올라섬에 위치해 있다.

한 섬에 두 나라가 있는 셈인데 아이티가 서쪽, 도미니카공화국이 동쪽을 차지한다.

문제는 두 나라의 경제력이 극도로 크게 벌어졌다는 점이다.

개발도상국인 도미니카공화국은 중미 국가 중엔 경제력이 가장 크지만, 옆 나라 아이티는 극빈국이다.

이런 이유로 일자리와 거주지를 찾는 아이티 이민자들이 도미니카공화국으로 몰려드는 추세가 이어졌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을 가혹하게 단속하고 있다.

특히 단속 공무원들이 기습 단속에 나서는 동영상이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확산, 아이티인과 아이티 출신 도미니카인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에만 1만4천801명이 아이티로 쫓겨났다고 CNN은 밝혔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인권을 경시하고 인종에 따라 사람을 구분해 혼란스러운 행정 집행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심지어 도미니카공화국 주재 미국 대사관도 현지에 체류 중인 자국민을 대상으로 "흑인이나 피부색이 어두운 미국 시민권자는 도미니카공화국 당국과 더 자주 접촉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이민자 탄압을 향한 국제사회의 비판 목소리도 작지 않다.

폴커 튀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최근 도미니카공화국의 이민자 탄압과 관련해 아이티인에 대한 인권침해를 우려하며 "추방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루이스 아비나데르 도미니카공화국 대통령은 유엔의 경고를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비나데르 대통령은 튀르크 인권최고대표의 성명을 '무책임하다'고 규정하면서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다음주부터 추방 절차에 더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맞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