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영지 "한반도 긴장 고조 원인은 미국의 대북압박 강화"
미중 정상회담 후에도 北 감싼 중국…핵실험 저지 영향력 난망?
한중 및 미중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 변함이 없는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북한 핵실험 저지 등을 위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에 대한 기대치는 낮아지는 양상이다.

북한의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21일(현지시간) 회의는 지난주 정상회담에서 한·미 정상이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촉구한 이후 중국의 입장 변화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22일 중국일보에 따르면 장쥔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안보리 회의에서 추가 제재에 반대하며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추진하고 군사훈련 중단과 대북 제재 완화 등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은 실행 가능한 방안을 제시하고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에 응답해 대화가 하루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장 대사는 안보리를 향해서도 "한반도 문제에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지 북한을 비난하고 압박만 해서는 안 된다"며 "안보리 논의는 긴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돼야 하고, 외교적 노력을 위한 공간을 남겨야지 장애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에 반대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도 미국의 군사훈련 도발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라며 미국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소속 한반도 전문가 뤼차오는 글로벌타임스에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의 근본 원인은 미국의 북한에 대한 압박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국제사회도 알아야 한다"며 "미국의 압박을 고려하지 않고 북한을 비난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미국에 책임을 돌렸다.

그는 "미국은 한국, 일본과 함께 항공모함 등을 동원해 여러 차례 대규모 군사훈련을 했다"며 "이것은 북한에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도록 하고 더 강력한 대응을 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는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뤼차오는 "대북 제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추가 제재는 경제 불안정과 인도주의적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며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은 미국이 태도를 바꿔 북한에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중 정상회담 후에도 北 감싼 중국…핵실험 저지 영향력 난망?
이에 따라 향후 북한 핵실험 등 국면에서 중국이 이제까지와 다른 대응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당 대회를 거쳐 집권 3기를 출범시킨 뒤 베트남, 쿠바 등 사회주의권 우방국 정상을 잇달아 초청하며 '집토끼' 지키기에 나선 상황에서 '혈맹' 관계를 강조해온 북한과 척지는 대북 제재 강화 등에 동의할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최근 미중 정상회담 계기에 북한의 도발이 계속될 경우 역내 군사력 배치를 강화할 수 있음을 천명한 상황에서 중국도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한미일 안보 공조 강화와 미국의 역내 군사력 배치 강화의 명분을 주는 상황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따라서 중국이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물밑에서 북한과 소통하며 북한 7차 핵실험에 따른 후폭풍을 피하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미국이 말하는 '중국 역할론'은 중국이 북한 핵개발을 억제할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중국 책임론'을 전제로 깔고 있는 데다, 중국이 공개적으로 모종의 대북 행동을 했는데도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자국의 영향력 한계를 보여주는 일이 된다는 점을 중국은 의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핵보유국인) 미중의 이해가 일치하는 몇 안 되는 국제 안보 이슈 중 하나라는 것이 미국의 생각이고, 중국도 북한 핵실험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본다"며 중국이 모종의 물밑 통로로 북한에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