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망하면 인스타로 와주세요. ID 남길게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인수된 후 오너리스크로 홍역을 앓고 있다. 임직원, 광고주들의 대거 이탈에 이어 '이용자 엑소더스(대탈출)'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트위터에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마스토돈, 텔레그램 등 트위터를 대체하는 SNS의 ID를 게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내 이용자들은 "트위터가 사라진다는 말에 급하게 인스타그램 ID를 만들었다", "몇 년이나 방치해 둔 인스타그램 계정을 남겨둔다. 이별은 아쉬우니까" 등의 글을 연이어 올렸다.
트위터 갈무리
트위터 갈무리
이같은 움직임은 트위터가 불시에 먹통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머스크 CEO는 트위터 인수 후 임직원들을 대량 해고한 데 이어 사무실을 돌연 폐쇄하는 등의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영국 가디언,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트위터는 지난 18~20일 사무실을 일시 폐쇄했다. 재택근무 폐지, 주당 80시간 근무 등 머스크의 고강도 업무 지시에 반발한 직원 수백명이 사표를 제출한 직후 나온 조치였다. 머스크 CEO는 앞선 16일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고강도 근무가 싫으면 떠나라. 17일 오후 5시까지 답변하라"고 최후통첩한 바 있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후 대규모 인원을 감축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트위터 임직원들은 줄줄이 사표를 제출하고 있다. 가짜 뉴스 관리 책임자·정보보안 책임자·개인정보 책임자·준법감시 책임자 등이 모두 트위터를 떠났다. AP통신은 트위터의 핵심 엔지니어 3분의 2가 회사를 떠났다고 보도했다.

때문에 트위터가 곧 먹통이 될 것이란 불안감이 감지된다. 또한 이렇게 된다 해도 제대로 고지하거나 고칠 수 있는 핵심 인력이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트위터에서는 '#트위터의 명복을 빕니다’(#RIPTwitter), #잘가 트위터(#GoodbyeTwitter)' 등의 해시태그가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 18일 머스크가 무덤 앞 묘비와 사람 얼굴에 트위터 로고를 붙인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면서 이용자들의 불안은 한 층 더 가중됐다.(사진=일론 머스크 트위터 갈무리)
지난 18일 머스크가 무덤 앞 묘비와 사람 얼굴에 트위터 로고를 붙인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면서 이용자들의 불안은 한 층 더 가중됐다.(사진=일론 머스크 트위터 갈무리)
머스크 CEO가 지난 18일 무덤 앞 묘비와 사람 얼굴에 트위터 로고를 붙인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면서 이용자들 불안은 한층 가중됐다. 머스크 CEO가 트위터 서비스를 예고 없이 종료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면서 사용자들 사이에선 데이터와 트윗을 저장할 수 있는 방법도 주목받고 있다. 트위터 고객센터의 '내 트위터 데이터를 요청하고 다운로드하고 보는 방법' 등이 공유되는 식이다.

트위터 전체 수입의 89%를 책임지는 광고 수익이 급감하는 점도 위기설을 부추쳤다.

이미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나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그룹, 제너럴모터스(GM), 몬데레즈인터내셔널 등이 트위터 광고 일시 중단을 발표했다. 유나이티드 항공도 경영 불확실성 증대 등을 이유로 광고 중단 행렬에 동참했다.

애플, 맥도날드 등 글로벌 기업의 광고를 대행하는 옴니콤은 고객사에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트위터 광고를 중단할 것을 추천하기도 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