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막식 TV 중계 안한 BBC…대신 "가장 논란 많은 대회" 지적
영국 공영방송 BBC가 '인권 문제'에 휩싸인 2022 카타르 월드컵 축구대회 개막식을 TV로 생중계하지 않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영국 일간 가디언,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BBC의 주력 TV 채널인 BBC 원(One)은 20일 펼쳐진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을 현장 중계하지 않았다.

대신 BBC는 온라인 서비스 등 다른 채널을 통해 개막식을 중계했다.

개회 현장 대신 TV 화면을 채운 BBC의 축구 전문 프로그램 '매치 오브 더 데이'의 진행자 게리 리네커는 "이번 대회는 역사상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월드컵"이라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리네커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2010년 개최지로 카타르를 선택한 이래 이 작은 나라는 유치 과정에서 뇌물 혐의, 경기장을 건설하다가 여럿이 목숨을 잃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처우 등 몇 가지 중대한 의혹에 직면하게 됐다"며 "아직 동성애도 불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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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런 배경에도 전 세계가 관람하고 즐기는 대회가 열린다"며 "FIFA는 '축구만 고수하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가디언은 다른 채널 시청자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정국이 월드컵 공식 사운드트랙(OST) '드리머스'(Dreamers)를 열창하는 장면을 보는 동안 BBC 원 시청자들이 이번 대회의 각종 논란을 소개하는 인터뷰를 봐야 했다고 짚었다.

BBC 측은 이같이 결정한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다만 리네커의 짧은 연설과 이후 프로그램 내용을 볼 때 개최지 카타르를 둘러싼 인권 논란에 대한 항의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동성애가 형사처벌 대상인 카타르는 이들의 인권 문제로 유럽 등 서방과 대치해왔고, 잉글랜드, 웨일스 대표팀은 독일과 함께 이 문제와 관련해 가장 날카롭게 날을 세웠던 나라다.

카타르는 이번 대회를 위해 경기장 신축뿐 아니라 축구장을 연결하는 지하철을 깔고, 도로, 쇼핑몰, 병원 등 도시 인프라를 사실상 새로 정비하는 데 막대한 비용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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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는 지난 15일 카타르가 이번 대회를 위해 300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한 것으로 추산했다.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서라도 월드컵을 개최하려는 데는 인구 290만명의 '소국' 카타르가 전략적으로 '소프트 파워'를 키우려는 목적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성대한 개막식은 카타르의 국가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가장 효과적 수단이 될 터인데, 이 장면을 전파에 BBC가 어깃장을 놓은 셈이 됐다.

카타르의 도하에 본사를 둔 아랍 매체 알자지라는 이 소식을 전하며 "BBC가 개막식을 '2부 중계'로 격하시켰다"고 질타했다.

이어 "'포용'을 주제로 했던 개막식을 방영하는 대신 (BBC) 출연진이 인권을 설명했다"고 꼬집었다.

BBC가 개막식뿐 아니라 대회 기간 내내 경기와 함께 카타르와 관련된 논란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후 BBC 측은 성명을 내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BBC 아이플레이어(iPlayer) 등을 통해 이번 월드컵의 모든 행사에 대한 보도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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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