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신경제포럼'서 강경 발언…행사 개최 블룸버그, 수습에 진땀
존슨 전 英총리, 싱가포르서 "중·러 강압적 독재"…주최측 곤혹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가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행사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강압적 독재국가'(coercive autocracy)라고 비난해 주최측을 곤혹스럽게 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지난 15일 '블룸버그 신경제포럼' 행사의 만찬 후 연설자로 초청돼 약 500명의 기업인, 투자가, 외교관 등을 상대로 연설하면서 이 같은 단어를 썼다.

행사 참석자 중에는 중국 측 인사들이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행사를 주최한 마이크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이 참석자들에게 사과하는 등 수습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 행사는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이 창립한 블룸버그 미디어와 싱가포르 정부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존슨 전 총리의 이런 발언은 영국 국내에서는 논란을 일으킬만한 내용이 아니지만,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은 중국과 강한 경제적·외교적 유대를 갖고 있어 중국에 대해 훨씬 더 호의적인 경향이 있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존슨 전 총리의 '중국·러시아 강압적 독재'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그를 행사에 초청한 블룸버그전 뉴욕 시장은 발언 이틀 후인 17일 해당 발언에 대해 일부 참석자들이 "모욕감을 느끼거나 기분이 상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해당 발언이 "그(존슨)의 생각이며, 그의 생각일 뿐"이라고 선을 그으며 "연사가 말한 바에 화가 나고 마음이 불편하셨던 분들에게 사과드린다"라고 덧붙였다.

15일 만찬에 참석했던 한 취재원은 가디언에 존슨 전 총리가 여러 외국 정부에 대해 상당히 호전적인 비판을 했으며 특히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강압적 독재국가'라는 표현까지 썼다며 "영국에서는 중국을 찍어서 말해도 아무런 문제가 안 되겠지만 아시아에서는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참석자는 존슨의 발언이 '충격적'이었다며 "참석한 사람들이 분명히 매우 불편해했다.

그(존슨)는 아시아에서 열린 회의에서 중국에 대해 매우 비(非)외교적인 언어를 썼다.

전직 영국 외무장관이며 전직 총리라면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 텐데(도 그런 언어를 썼다)"라고 평했다.

존슨 전 총리의 공보담당자는 이와 관련, "존슨 전 총리는 권위주의나 독재를 강하게 비판한다.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며,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며 "자유와 민주주의의 정당성을 국제 무대에서 계속 설파할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한편, 존슨 전 총리는 아울러 이날 자신이 영국 정치 일선에서 '한시적 공백기'(temporary hiatus)를 갖고 있다고 말해, 재집권 기회를 노리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