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집권 3기 출범을 전후해 부자들의 해외 이주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이 '국적 포기세'를 도입하는 등 고액자산가에 대한 특별 관리에 착수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이 1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세무당국은 내년부터 순자산 또는 예금 1000만위안(약 19억원) 이상의 고액자산가를 전담하는 '고액자산가 관리국'을 신설할 계획이다. 또 해외 이민 희망자에는 별도 세무조사를 실시해 '호적 말소세(국적 포기세)'를 징수한다. 세금을 모두 냈다는 증빙을 받아야 해외 이주가 가능해진다. 중국 당국은 이런 업무를 위해 2만5000명에 달하는 인력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1일 실시된 중앙공무원 시험 정원(3만7100명)의 67%에 달하는 규모다.

중국 국세청인 국가세무총국은 아직 이런 내용을 공식적으로 내놓진 않았다. 다만 최근 내년부터 '스마트 세무시스템'을 도입해 전국적 조세 관리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지방 세무당국별로 고액자산가에 대한 관리 강화 방침을 내놓고 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광둥성 선전시는 스마트 세무시스템 구축을 위한 용역을 발주했다. 내용은 △고소득자·고액자산가에 대한 조세관리체계 개선 △사업소득 신고 및 관리 강화 △송금 추적 △개인 소득세 데이터 관리 등이다.

이와 관련해 조세전문매체인 신세망은 하이난성에서 이미 고액자산 인사에 대한 시범 세무조사를 시작했으며,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은 이런 조치에 대한 부자들의 반발이 큰데다 해외 이탈이 더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도입을 미뤄 왔다. 중국의 고액자산가가 대부분 공산당과의 관시(관계·關係)가 두텁기 때문에 부자들에 대한 압박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지원 조치로 세수가 급감하면서 재정 적자가 불어나자 결국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고액자산가 관리 강화는 시진핑 주석이 지난달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한 이후 처음으로 구체화한 '공동부유' 실행 조치로 보인다.

시 주석이 장기 집권을 확정한 이후 중국 부자들의 해외 이주는 늘어나는 추세다. 시 주석의 경제 아젠다인 '공동부유'가 더 거세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공산당은 소득 격차를 줄이는 1차 분배, 세금과 사회보장제도를 통한 2차 분배, 부유층과 기업의 자발적 기부를 통한 3차 분배라는 공동부유 실행 방안도 제시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부자들은 아시아에서 세율이 가장 낮은 싱가포르로 대거 이주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금융시장 안정성도 높아 아시아 부호들이 몰리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부자들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패밀리 오피스'는 작년 말 기준 700여개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에선 외국인과 부유층이 잇따라 떠나면서 주요 지역 주택 월세가 20% 하락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