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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따라잡기

"내년 채무불이행률, 신평사 예상보다 2배가량 높을수도"
"갈수록 신용시장 악화…기업 실적 전망도 부정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중앙은행(Fed)의 고강도 통화정책과 함께 기업들 신용도에 부정적인 전망이 가시화되고 있다. 시장에선 내년 기업 신용등급에 경기 침체와 유동성 위기 상황이 본격 반영되며 채무불이행률이 예상보다 2배가량 높아질 것으로 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신용 사이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서 BoA는 "미국 대출 담당자의 SLOS(대출 기준 강화 순응답비율)에 대한 Fed 보고서 살펴보면, 내년 신용 문제가 현재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미 3분기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BoA는 대출 담당자들의 SLOS를 통해 은행들 대출 의지가 급격하게 악화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투자 등급 채권의 채무불이행이 현재 신용평가사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로버트 맥기 BoA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Fitch)는 현재 채무불이행률을 약 1.5%로 추정, 내년에는 3.5%로 증가할 것으로 봤다"면서 "내년 채무불이행 비율이 현재 신용평가사들의 추정치보다 두배가량 높은 8%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의 매출 성장률이 꺾인다면 지금 같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는 비용 압박을 버틸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BoA는 내년 기업들의 실질 성장이 정체될 것으로 봤다. 지난 3분기 기업들의 실적에서 확인했듯이 증권가에서 보는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하향되는 추세. 신용등급 하락으로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면 경영상황이 악화해 등급이 추가로 강등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로버트 맥기는 "소비자들의 실질 소득이 줄면서, 기업들이 인플레이션 비용(재고자산, 이자 비용 등)을 짊어지는 상황이 조성됐다"며 "기업 이익이 압박을 받는 가운데 작은 기업일수록 자금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용시장도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10월 신규 채용 공고는 작년 10월의 고점 대비 50% 감소했으며, 기술·금융 분야 기업들을 중심으로 해고 공고가 높아졌기 때문. 10월 실업률은 지난 9월 3.5%에서 3.7%로 늘어났다.

이에 BoA는 내년 실업률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소비자 신용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실제로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 샌들러 리서치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30일 이상 연체 비율이 13.8%로 집계됐다. 자동차와 주택담보대출에서 연체율 상승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BoA는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도 하향되는 와중에 내년 자금조달 시장이 올해보다 더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직면할 것으로 봤다.

로버트 맥기는 "내년 S&P500의 주당 순이익이 최근보다 약 10% 감소한 200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밸류에이션 하락 압력은 결국 자산 가격을 크게 떨어트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기업과 소비자들의 신용 시장까지 악화될 경우 더 심각한 경기 침체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