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대상아동 등 포함한 자립준비청년 지원 보완대책 마련
자립지원 전담인력 여전히 태부족…상당수 이전 대책 '재탕'
기댈 언덕 없는 열여덟 어른…"자립지원 인력부터 늘려야"
정부가 17일 발표한 '자립준비청년 지원 보완대책'은 보육원을 마치고 사회에 나온 청년들이 일찍부터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전 주기적 지지 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립준비청년뿐만 보호연장 아동과 보호대상 아동, 보호 조기종료 아동 등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력 확충이 미흡한 데다 상당수 세부 대책이 이전 대책의 '재탕' 수준이어서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지원책을 내놨지만 지난 8월 보육원을 나온 10대 두 명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자립준비청년들의 어려움이 쉽사리 개선되지 않자 보완대책을 내놨다.

아동양육시설(보육원 등) 등에서 생활하는 보호대상 아동은 원칙적으로 만 18세가 되면 보호 조치가 종료돼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데, 만24세까지 '보호연장'을 하며 기존 시설에서 머무를 수 있다.

정부는 보호 종료 후 5년 이내 청년을 '자립준비청년'으로 지원한다.

기댈 언덕 없는 열여덟 어른…"자립지원 인력부터 늘려야"
◇ 보호연장·보호대상 아동도 지원…관리 인력은 여전히 부족
보완 대책에는 보호 단계별 지지 체계를 구축하고 그 과정에서 민간협력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자립수당 인상(월 35만원→40만원), 자립지원 전담인력 확충 등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지원책과 함께 보호연장아동 역시 지원 대상에 넣고 보호대상아동의 대한 자립준비 지원을 내실화하는 방안 등을 포함했다.

원가족 복귀나 무단 퇴소 등으로 보호가 조기 종료되는 아동은 그간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었는데 이들에 대한 사후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자립준비청년 시기를 거치고 아름다운재단 캠페이너로 보호종료 청년의 자립을 돕고 있는 신선(29) 씨는 "이전 지원 정책이 보호종료 이후 경제적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대상을 넓히고 다양한 각도로 지원하는 것 같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중간 퇴소아동 등을 포함해 대상이 늘어난 것은 너무 좋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다만 "대상이 늘면 그에 걸맞게 인력이 늘어야 한다"며 "전담인력이 내년 180명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여전히 한 사람이 관리할 사례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 자립지원 전담기관에 배치된 인력은 103명으로, 1인당 담당 청년은 100명이 넘는다.

연말까지 120명, 내년엔 180명으로 늘려도 1인당 담당 청년은 70명으로, 다른 선진국(30명가량)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

신 캠페이너도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립지원 전담기관의 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맞춤형 사례 관리를 해주는) 자립지원 통합서비스 대상도 전체의 10%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기댈 언덕 없는 열여덟 어른…"자립지원 인력부터 늘려야"
◇ 마음까지 달래야…내실 있고 종합적인 대책 필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보다 내실 있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에 발표된 자립수당 인상, 전담인력 확충, 의료비 지원, 공공임대주택 연 2천 호 우선공급 등은 지난해와 올해 이미 발표한 대책이다.

사회적·정서적 지지체계 구축을 위해 자조모임인 '바람개비 서포터즈' 활동비 지원 등의 대책이 포함됐지만 다른 대책들에 비해 청년들의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심리 지원 방안 등은 여전히 미흡하다.

신선 캠페이너는 "자립준비청년 다수가 현실적으로 주거지원이 빈약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심리 지원의 경우 청년마음건강바우처 사업을 하고 있는데 대부분 오랫동안 다친 마음을 치료하지 않은 상태라 신청자가 극히 적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심리적인 문제까지 해결하려면 경제적 지원 이상의 종합적인 대책이 중요하다"며 "보호대상아동의 절반인 학대 피해 아동 등에 대해 시설 입소 때부터 심리 관리를 해주고 체험형 교육 등도 세심하게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경제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돈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며 "복지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고, 자립준비청년에겐 조언을 해줄 믿을 만한 사람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보호대상아동 연 3천500명…한 해 2천400명이 홀로서기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한 해 3천500명 이상의 보호대상아동이 생긴다.

보호자가 없거나 있어도 양육 능력이 없는 아이들, 보호자로부터 학대를 당한 아이들 등이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에 맡겨진다.

이들은 만 18세(보호연장을 원할 경우 만 24세)가 되면 살던 곳을 떠나 사회에 나온다.

한 해 2천400명가량이다.

여전히 어린 나이인데다 가정에서 보호받던 사회 초년생들보다 경제적·정서적으로 취약해 쉽지 않은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2020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의 평균 월급은 182만원으로 다른 청년들(233만원)보다 낮고 실업률(16.3%)과 자살 생각 비율(50%)은 다른 청년들(각각 8.9%·16.3%)보다 2∼3배 높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