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양금희 대변인 "현재도 풍산개 기르는 데 어떤 법적 문제도 없어" 현행 관련법 시행령 동·식물 선물 규정은 대통령기록관의 '외부위탁' 근거 안 돼 행안부 장관·법제처 "풍산개 개인위탁하려면 현행 시행령 개정 필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풍산개를 정부에 반환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지난 10일 논평을 통해 "퇴임 대통령은 (관련 법 조문상의) '기관'에 속하므로 (문 전 대통령이) 현재 풍산개를 기르는 데 어떤 법적 문제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에 대통령 선물(동·식물)을 다른 기관에 이관해 관리할 수 있게 한 조항이 지난 3월 이미 신설된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이는 법적 근거 미비로 부득이하게 풍산개를 반환하게 됐다는 문 전 대통령의 해명을 반박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난 5월 퇴임할 때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기록관에서 풍산개 관리 위탁을 받아 키워왔는데 수개월이 지나도록 법령 보완이 이뤄지지 않아 다시 정부에 반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미 풍산개를 위탁받아 키울 법률 근거가 있다는 양 대변인의 논평과 법적 공백이 있다는 문 전 대통령의 해명 중 어느 쪽이 맞을까? 이를 판단하기 위해선 관련 법령부터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기록물법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해 보좌·자문·경호 기관에서 생산·접수한 기록물과 물품을 대통령기록물로 규정하고 보존·관리 근거와 절차를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기록물을 생산하는 기관은 대통령 본인은 물론, 대통령 보좌·자문·경호 기관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로 나뉘는데 이 중 보좌·자문·경호 기관에는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경호처 등이 포함된다.
이들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은 대통령 임기 중에는 별도 기록관을 통해 대통령기록물을 자체 관리하지만 퇴임 전까지는 영구보존을 위한 기록물관리기관인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해야 한다.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와 국민참여입법센터에 공개된 법령 연혁과 정부 입법예고 내역을 보면, '대통령선물'은 대통령기록물법이 2007년 처음 제정됐을 때는 별도 규정 없이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다른 공직자들이 외국에서 받는 선물처럼 중앙기록물관리기관에서 맡아 관리하도록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다 2010년 법 개정 때 대통령선물을 대통령기록물에 포함시켰으나 관리 규정을 따로 마련하진 않았다.
관리 규정이 마련된 것은 올해 초 시행령 전반을 정비하면서다.
지난 3월 신설된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 제6조의3은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의 장은 대통령선물의 등록정보를 생산해 관리하되(1항), 대통령선물이 동물 또는 식물 등이어서 다른 기관에서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인정될 경우 다른 기관의 장에게 이관해 관리하게 할 수 있다(2항)'고 규정한다.
여기서 문제가 된 건 2항인데, 이를 문언대로 풀어보면 '대통령이나 대통령비서실장 등'은 선물로 받은 물품이 동물이나 식물인 경우 대통령기록관이 아닌 다른 기관에 이관해 관리하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원칙대로 하면 대통령선물도 대통령 퇴임 전에 대통령기록관에 넘겨야지만 동·식물은 더 잘 관리할 수 있는 곳에 맡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주무 기관인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 6조의3 2항의 정확한 의미를 묻는 연합뉴스의 질의에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에서 대통령선물이 동·식물인 경우 일반 기록물들과는 달리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지 않고 동물원이나 식물원 같은 기관에 이관할 수 있게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 시행령의 개정 취지"라고 답했다.
이는 이 조항이 대통령선물(동·식물)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되기 전 단계를 규정한 것이어서, 대통령기록관에 이미 이관된 대통령선물의 처리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달리 말해 대통령기록관이 이미 이관받은 동·식물을 다른 기관에 이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청와대에서 기르던 풍산개들을 문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직접 키우는 게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신임 대통령의 이런 양해에도 불구하고 퇴임한 문 전 대통령에게 풍산개를 위탁할 법적 근거가 당시 명문화되어 있지 않아서 대통령기록관장의 재량권으로 문 전 대통령 측과 위탁계약을 맺었고 사후 시행령을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 했다는 게 대통령기록관의 설명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행정안전부가 마련한 시행령 개정안은 대통령기록관의 설명을 뒷받침한다.
행안부가 지난 6월 입법예고한 대통령기록물 시행령 개정안은 대통령기록 시행령 6조의3의 '3항'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개정안 3항에는 '제2항에도 불구하고 동물 또는 식물 등인 대통령선물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된 경우에는 대통령기록관의 장이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기관 또는 개인에게 위탁하여 관리하게 할 수 있다'고 돼 있으며, 위탁 시 물품 및 비용을 지원할 수 있게 한 내용도 담겼다.
이는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이 동·식물(대통령선물)을 대통령기록관에 이미 이관한 상황에서, 대통령기록관이 동·식물원을 비롯한 기관이나 개인에게 다시 이를 맡겨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시행령 개정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국회영상회의록시스템에 따르면 이상민 장관은 지난달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대통령기록관이 동·식물을 기관이나 개인에게 위탁해서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기 위한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지 않으셨냐'는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질의에 수긍하며 "실무적으로 우선순위에서 조금 밀려 있으나 빨리 정리(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행안부의 당초 시행령 개정안은 법제처의 이의 제기로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제처는 지난 9일 보도설명자료에서 모법(대통령기록물법)에 '위탁'에 대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위탁 형식 대신 '사육 등 보조적 행위를 다른 개인 등이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해 소관 부처에서 추가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법제처의 이런 판단은 행안부와 마찬가지로 현행 법령상으론 대통령기록관이 동·식물 선물 관리를 외부에 맡길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전체 상황을 종합해 보면 대통령기록관이 이관받은 동·식물을 제3자에게 맡겨 관리하게 할 명문화된 법적 근거는 아직 없는 상태이며, 이를 마련하고자 행안부와 법제처가 시행령 개정을 추진해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이 선물로 받은 동·식물을 대통령기록관 이외의 다른 기관에 이관해 관리할 수 있게 한 현행 대통령기록물 시행령 6조의3의 2항 중 '다른 기관'에 전직 대통령도 포함되기 때문에 문 전 대통령의 풍산개 위탁관리에 대한 법적 근거가 이미 마련돼 있다고 본 양 수석대변인의 논평은, 법적 공백을 인정하고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인 현 정부 유권기관들의 입장과는 다른 것이다.
이와 별론으로 전직 대통령을 법률상 '기관'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법률 전문가들 다수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연합뉴스는 5명의 변호사에게 자문했는데 이들은 모두 익명을 요구하며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전직대통령법)을 살펴봐도 기관으로 볼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법 2조는 전직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선출돼 재직하였던 사람'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J 법무법인의 B 변호사는 "현직 대통령이나 검사와 같이 헌법과 법률에 의해 일정한 권한을 부여받아서 행사할 수 있다면 단체가 아닌 개인도 기관에 해당한다"며 "하지만 전직대통령법은 전직 대통령에게 법상 권한을 부여하는 게 아니라 개인에 대한 예우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에 전직 대통령을 기관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B 법무법인의 C 변호사는 "전직대통령법 7조는 전직 대통령이 공무원에 취임한 경우 예우를 중단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의 취지를 거꾸로 해석해 보면 전직 대통령은 공무원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며 "이에 비춰봐도 전직 대통령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기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양금희 의원실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에 대해 "풍산개가 대통령선물로서 대통령기록물로 이관됐다며 위탁기관을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으로, 수탁기관은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로 하는 위탁협약을 체결하고 이를 근거로 (문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퇴임 후 최근(11월) 반납까지 풍산개를 사저에서 키워왔다"며 "지난 3월 문 대통령 재임 당시 신설된 후 아직 개정되지 않은 현재의 (대통령기록물법) 시행령으로 불가능했다면 풍산개는 양산 사저로 이동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