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15일(현지시간) 미사일 2발이 떨어져 2명이 사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의 미사일 피격은 처음이다.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공습을 재개한 러시아가 용의선상에 오르면서 한때 국제사회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그러나 초기 진상조사에서 러시아 미사일을 격추시키기 위한 우크라이나 방공 미사일이 잘못 떨어졌을 가능성이 커졌다.

○“러 고의일 경우 3차 세계대전 확전”

15일 AP통신에 따르면 폴란드 현지 시간으로 이날 오후 3시 40분께 루블린주 동부 마을 프셰보도프의 농작지에 미사일 2발이 떨어져 2명이 숨졌다. 프셰보도프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6㎞ 떨어진 접경지대다. 폴란드 현지 매체와 SNS 등에는 충격으로 농기계가 뒤집힌 모습 등이 올라왔다.

폴란드는 미사일 피격 직후 긴급국가안보위원회를 열고 일부 군 경계태세를 격상했다. 나토 헌장 4조인 상호협의 조항 발동을 요청할지 검토하겠다고도 밝혔다. 4조는 ‘영토 보전과 정치적 독립 또는 국가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는 특정 회원국의 의견이 있을 경우 회원국이 함께 협의한다’는 내용이다. 폴란드는 떨어진 미사일이 러시아산이라고 추정하고 주 폴란드 러시아 대사를 소환해 설명을 요구했다.

사태 직후 가장 먼저 제기된 건 러시아의 오발 가능성이다.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공습을 하던 중 미사일을 잘못 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최소 12개 지역에 110여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미사일이 떨어진 폴란드 프셰보도프와 80km 거리에 있는 서부 도시 르비우도 공격 대상에 포함됐다. 러시아는 “상황을 고조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도발”이라며 즉각 부인했다.

그러나 나토 대사들이 모여 긴급 회의를 열면서 상황은 긴박하게 흘러갔다. 미국 중심의 군사 동맹인 나토는 회원국이 무력 공격을 받으면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무력 대응을 포함한 공동방어(나토 헌장 5조)에 나설 수 있다. 러시아가 폴란드에 고의적으로 미사일을 떨어뜨렸을 경우 나토와 러시아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해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이유다.

○美 “궤적상 러시아 아닐 듯”

미국이 상황을 반전시켰다. 16일 AP통신 등에서 미 정보 당국이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의 요격 미사일인 것으로 파악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러시아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우크라군이 발사한 미사일이 폴란드에 떨어졌다는 추정이다. 우크라이나도 미사일을 격추하는 데 사용되는 러시아산 지대공 미사일 S-300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고, 폴란드 피격 현장에서 이 미사일 잔해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이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발리에 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독일과 캐나다, 네덜란드, 일본,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정상과 EU 집행위원장 등 나토와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긴급 원탁회의를 열었다.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에서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에서 발사된 대공 미사일이라는 징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 후 기자들에게도 “미사일 탄도 궤적을 보면 러시아에서 발사됐을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나토는 미사일 궤적 조사를 이미 마쳤으며 결과를 폴란드 및 나토 회원국에 공유했다.

다만 조사가 끝나지 않은 만큼 국제사회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날 긴급 원탁회의를 한 세계 정상들은 “폴란드 영토에서 발생한 폭발(explosion) 관련 조사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공동 성명을 냈다. 미사일 공격이란 단어는 쓰지 않았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도 통화해 진상조사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나토 방위에 대한 약속은 철통같다고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