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가가 중국 문인들과 주고받은 기록…"문화 교류의 생생한 증언집"
18세기 한·중 지식인의 만남과 교류…'호저집' 첫 완역본 출간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1750∼1805)가 중국 문인들과 주고받은 기록을 정리한 완역본이 국내에서 처음 출간됐다.

16일 학계에 따르면 도서출판 돌베개가 펴낸 '호저집'(縞紵集)은 박제가의 셋째 아들인 박장암(1780∼1851 이후)이 부친이 남긴 편지글, 시, 필담 등을 모아 엮은 책이다.

제목의 '호저'는 벗 사이에 마음을 담아 주고받는 선물, 시문, 편지 등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박제가는 1778년, 1790년, 1791년, 1801년 총 네 차례에 걸쳐 사신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수많은 청나라 문인을 만났고 귀국한 뒤에도 이들과 연락을 이어갔다.

박제가의 집에는 각종 시문과 서신, 필담 자료 등이 쌓여 있었다고 하는데 박장암은 이를 모아 '호저집'으로 완성했다.

'호저집'은 책 자체는 물론 구성과 정리 방식에서 주목할 만하다.

18세기 한·중 지식인의 만남과 교류…'호저집' 첫 완역본 출간
이 책은 현재 미국 하버드대 옌칭도서관의 소장본만 실물로 남아있다.

원래 소장자는 추사 김정희 연구로 잘 알려진 후지쓰카 치카시(1879∼1948) 전 경성제국대학교 교수다.

후지쓰카 전 교수가 소장한 서적 다수는 태평양 전쟁 말기에 미군의 공습으로 불탔다고 알려졌는데, 방공호에 따로 보관한 박제가와 김정희 관련 귀중본 등은 화마를 피했다고 한다.

대표 역자인 정민 한양대 교수가 2012년 연구소에서 방문학자로 지내며 후지쓰카 소장본 자료를 찾아냈고 이때 '호저집'을 접했다.

'호저집'은 크게 '찬집'(纂輯)과 '편집'(編輯)으로 나뉜다.

각 책은 박제가가 중국을 방문한 시기에 따라 1778년의 1차 연행을 권1, 1790년과 1791년의 연행을 권2, 1801년의 4차 연행을 권3으로 구성해 정리했다.

찬집은 박장암이 부친의 메모와 관련 기록을 조사해 인적 사항과 판단 정보를 사람별로 정리한 것인데 박제가가 만난 총 172명의 정보가 수록돼 있다.

역자인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책에서 "동아시아 연행사에서 한 개인이 접촉한 인원으로는 박제가를 넘어설 사람이 없다"며 "대부분이 당시 중국 문단에서 쟁쟁한 지명도를 자랑하던 이들"이라고 짚었다.

편집은 자료를 찬집의 인명 순서대로 배열한 뒤 당사자와 박제가 사이에 오간 시문과 편지를 옮겨 적은 것이다.

찬집으로 인물을 살펴본 뒤, 편집에서 구체적 내용을 확인하는 식이다.

18세기 한·중 지식인의 만남과 교류…'호저집' 첫 완역본 출간
출판사 측은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풍부한 한·중 문화 교류의 생생한 증언집"이라며 "당대 지식인의 교유(交遊) 계보와 맥락을 추적할 수 있는 자료집"이라고 강조했다.

박장암 엮음. 정민·강진선·이패선 외 옮김. 각각 401쪽, 435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