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따른 신체적·정신적 약화 영향일 수도"
'주 35시간 근무' 프랑스인 61% "소득 줄어도 일 덜하고파"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해 유럽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국가로 꼽히는 프랑스 노동자들의 근로의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더욱 약화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프랑스 여론조사전문기관 IFOP와 장조레 재단은 올해 9월 초 18세 이상 남녀 1천여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 응답자의 37%는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었는데도 이전보다 근로의욕을 덜 느낀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2년여간 사회적 거리두기와 야외활동 감소 등의 영향으로 신체적, 정신적 약화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 이유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재택근무 확대 역시 노동자들의 근로의욕 약화에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됐다.

다만, 텔레그래프는 프랑스 정부가 코로나19 유행기간 직장을 잃은 1천100만 명에게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재난보상금이 지급한 것이 근로의욕 감소의 배경이 됐을 수 있다고 풀이했다.

이번 조사에서 노동을 자신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꼽은 응답자는 전체의 24%에 그쳤다.

1990년대만 해도 프랑스인의 약 60%가 노동에 우선순위를 뒀던 것에서 크게 바뀐 모습이다.

반면, '여가'가 삶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응답자의 비율은 전체의 41%로 1990년대(24%)보다 큰 폭으로 늘어났다.

IFOP가 올해 9월 20∼21일 프랑스 직장인들을 상대로 실시한 별도의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1%가 '소득이 줄더라도 자유시간을 더 갖고 싶다'고 답했다.

'자유시간이 줄어도 돈을 더 벌고 싶다'는 응답은 39%에 그쳤다.

2008년 진행된 비슷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3분의 2가 니콜라스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의 대선구호였던 '더 벌기 위해 더 일하자'에 동의한다고 밝혔던 것과 크게 다른 결과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자칭 에코 페미니스트이자 정치인, 경제학자인 상드린 루소 녹색당 의원이 '게으를 권리'를 주장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텔레그래프는 프랑스 서비스업과 운송, 보건,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인력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번 조사결과는 루소 의원의 주장에 동의하는 프랑스인이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