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간 역학관계 드러나지 않자 들쥐에 의혹의 눈초리
쥐약·생석회 보급, 살처분 농가에도 덫 설치 등 당부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진천, 청주에 이어 충주에서도 발생하자 충북도가 돌연 '들쥐 소탕 작전'을 들고 나왔다.

종잡을 수 없는 AI 확산…충북도 궁여지책은 "들쥐 소탕"
AI가 특정한 패턴 없이 산발적으로 번지고 발생 농장 간 역학관계가 드러나지 않자 매개체가 들쥐일 수 있다고 판단해 퇴치사업을 결정한 것이다.

15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진천 육용오리 농장에서 AI가 발생한 후 지난 9일까지 미호강 양쪽에 위치한 청주 오창·북이의 농장 5곳에서 AI가 잇따라 터졌다.

하루 뒤인 10일에는 오창에서 27㎞ 떨어진 청주 미원의 종오리 농장에서 감염이 확인됐고, 이틀 뒤인 12일에는 미원에서 67㎞ 떨어진 충주 대소원면 육용오리 농장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오리알 운반 차량이나 사료·분뇨 차량 등을 통해 인근 농장으로 번지는 '수평전파'와는 다르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툭툭 터지는 양상이다.

수평전파라면 감염원을 추적해 꼬리를 끊어내는 게 가능하지만 별다른 역학관계가 드러나지 않자 충북도가 방역에 애를 먹고 있다.

방역당국이 꼽는 매개체는 사람과 들쥐 등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발생 농장 종사자들은 농장·축사 소독, 축사 출입 시 장화 갈아신기 등 방역수칙을 위반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는 것은 들쥐다.

논밭에서 나락을 주워 먹던 들쥐가 날씨가 추워지면서 사료 등 먹을거리가 풍성한 가금 농장으로 몰리면서 AI 바이러스를 이 농장, 저 농장으로 퍼뜨리는 게 가능하다.

도 관계자는 "곡식 낟알이 떨어져 있는 논밭에 AI 감염 철새가 내려앉고, 이 철새의 분변이 묻은 들쥐가 바이러스를 농장에 옮길 수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구서제(쥐약)를 가금 농장에 제공하고 생석회 50t도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생석회는 물과 반응했을 때 100도 이상의 강한 열이 내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죽이는 것은 물론 야생동물의 접근을 막는 용도로도 쓰인다.

도는 살처분이 마무리된 농가에 대해서도 사료를 치우지 말고 쥐약이나 쥐덫을 놓을 것을 당부했다.

그곳에 서식하는 쥐가 먹이를 찾아 주변 다른 농장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점에서다.

도 관계자는 "가금 농장에 서식하는 쥐가 의외로 많다"며 "들쥐부터 소탕하면서 AI 감염원을 하나둘씩 제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국의 가금 농가 12곳에서 AI가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8곳이 충북에 몰려 있다.

충북에서는 78만8천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