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형사항소4부(김용중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55·남)씨에게 1심과 같이 벌금 2천만원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11월 26일 오전 6시 14분께 인천시 한 산부인과에서 산모 B씨의 분만을 돕던 중 태아의 심장박동수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제대로 조치하지 않아 태아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사건 발생 전날 오후 양수가 흐르는 상태로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고위험군 산모로 분류됐고, 유도분만을 촉진하는 '옥시토신'을 투여받았다.
옥시토신을 맞은 산모의 경우 의료진이 자궁 과다수축이나 태아의 심장박동 변화 등을 세심하게 관찰해야 한다.
태아의 심박동 수가 떨어지는 응급 상황이 생기면 산모에게 산소를 공급하거나 응급 제왕절개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건 발생 당일 당직 의사로 근무한 A씨는 오전 1시 30분부터 B씨의 자궁수축 빈도와 압력을 측정하지 않다가 같은 날 오전 5시께 간호조무사로부터 "아기가 잘 안 내려오고 산모가 너무 힘들어해 지쳤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나 A씨는 "'분만 2기' 시점으로부터 2시간이 지나지 않았다"며 분만실에 가지 않았고, 대신 간호조무사에게 "30분 동안 힘주기를 더 하면서 지켜보라"고 지시했다.
A씨가 30분 뒤 분만실에 갔을 땐 전자 태아 감시장치 모니터에 나타난 태아 심장박동 수가 이미 크게 떨어져 '태아곤란증'이 의심되는 상태였는데도 그는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는 오전 6시 5분께 간호조무사로부터 "태아 심장박동이 없다"는 긴급호출을 받고서야 분만실에 다시 갔고 '흡입분만'으로 태아를 자궁 밖으로 꺼내 심폐소생술을 했으나 살리지 못했다.
1심 법원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필요한 조치를 소홀히 한 A씨의 업무상 과실뿐 아니라 그 과실과 피해자 사망 사이에 인과 관계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씨는 "업무상과실이 없다"며, 검찰은 "1심이 선고한 벌금 2천만원은 너무 가볍다"며 각각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태아곤란증이 의심스러운 상황에서도 30분 넘게 지나도록 (태아 상태를) 자세히 관찰하지 않았고 태아의 심장박동이 멈추고 나서야 살펴본 것으로 보인다"며 "1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1심의 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고 할 수도 없다"며 검찰의 항소도 기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