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장, 국립중앙박물관 찾아 협의
"한국만의 독창성 더 알려지길"…한국 미술 전담 큐레이터 선발 계획
"아시아 미술 장벽 낮출 것…살아있는 현대문화 함께 나누는 게 목표"
'이건희 컬렉션'에 손 내민 스미스소니언…"전시 여부 논의 중"
"'이건희 컬렉션'은 아주 대단(extraordinary)하죠. 굉장히 뛰어난 소장품이고요.

스미스소니언에서 이를 소개할 수 있을지 논의 중입니다.

"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이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문화재와 미술품인 '이건희 컬렉션'을 미국에서 선보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체이스 로빈슨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장은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의 윤성용 관장을 만나 '이건희 컬렉션' 전시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스미스소니언은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을 비롯한 여러 박물관, 미술관 등 19개의 문화기관이 집적된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박물관으로 꼽힌다.

한 해 이곳을 찾는 관람객이 약 3천만 명, 그 예산이 2조1천억 원에 달한다.

산하 박물관 중 한 곳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예술품을 전문으로 다룬다.

소장품 중에는 고려청자, 조선백자, 고려 불화 등 수준급 유물도 포함돼 있다.

'이건희 컬렉션'에 손 내민 스미스소니언…"전시 여부 논의 중"
로빈슨 관장은 "'이건희 컬렉션'은 (한국의) 전통 미술뿐 아니라 현대 미술도 아우르고 있다"며 "한국에서 전시에 큰 관심이 쏠리고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립중앙박물관과의 협의 결과에 대해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면서도 논의가 긍정적으로 이어지리라 봤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앞서 '이건희 컬렉션'을 해외에서 선보이기 위해 박물관 등 몇 곳과 협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2025년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2026년 초 미국 시카고박물관 등이 거론됐다.

로빈슨 관장은 "그동안 국립중앙박물관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고 앞으로 공동 연구를 진행하거나 보존 처리, 출처 연구 등 협력 가능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 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는 로빈스 관장은 한국만의 매력이 무엇인지 묻는 말에 '엄지척' 포즈를 하며 "중국이나 일본에는 없는 한국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다.

미국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더 알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조선 시대 의궤(儀軌)를 예로 들며 "일본은 판화, 중국은 회화 등 딱 떠오르는 구체적인 이미지가 있는데 한국은 아직"이라며 "가야 할 길이 많은 듯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관심을 보여주듯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은 최근 한국 작가를 비롯한 미술계에 잇달아 손을 내밀고 있다.

로빈슨 관장은 "현재 미디어 아티스트인 박찬경 작가와 협업을 논의 중"이라며 "박물관 내 현대 미술만 다루는 전시 공간을 기획하고 있는데 박 작가가 이곳을 처음 채우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대표적인 설치미술가 중 한 명인 서도호 작가와는 2024년에 함께 작업할 계획이다.

로빈슨 관장은 "서도호 작가의 작품은 우리 박물관 앞에 설치될 예정"이라며 "지하철을 타고 스미스소니언 역에서 나오자마자 관람객들이 마주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웃었다.

박물관은 한국 미술을 전담으로 하는 큐레이터도 뽑을 계획이다.

한국 미술만 담당하는 인력은 처음으로, 로빈슨 관장은 "우리 박물관 확장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건희 컬렉션'에 손 내민 스미스소니언…"전시 여부 논의 중"
10여 년 전 첫 방문 이후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는 로빈슨 관장은 한국의 변화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자동차도 많아졌고 그만큼 교통체증도 심해졌죠. 하지만 박물관이나 갤러리가 정말 많이 늘었어요.

한국이 미술이나 예술, 문화에 그만큼 많은 관심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웃음)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은 내년 개관 100주년을 앞두고 있다.

로빈슨 관장은 "이번 방문의 주된 목적 중 하나가 그동안 우리를 지원해준 여러 기관에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에서 새로운 협력 관계를 더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시아 미술이 생소할 수 있는 미국인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우리의 소장품이 어떻게 박물관에 오게 됐는지 출처 조사나 연구도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빈슨 관장은 과거 소장품 전시 등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 미술이나 문화로도 영역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미술품을 단순히 전시하고 보여주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현대 문화를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하자는 게 앞으로 100년의 플랜이자 우리가 이루고 싶은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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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에 손 내민 스미스소니언…"전시 여부 논의 중"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