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접고 방황하던 때 연탄배달 봉사하며 '도움 줄 수 있구나' 힘 얻어
"손에서 손으로 온기 전달하는 연탄…연탄보일러 없어질 때까지 봉사하고 싶어"
[#나눔동행] "온기 나누며 용기 얻었죠" 10년째 연탄배달봉사 박형진 씨
매서운 바람에 두꺼운 옷을 여미며 한껏 몸을 움츠릴 때 어깨를 활짝 펴고 골목길로 나오는 이들이 있다.

바로 연탄배달 봉사자들이다.

이들은 찬바람이 시작되는 10월이면 좁은 골목길에 촘촘히 서서 손에서 손으로 연탄을 배달한다.

박형진(59)씨는 겨울이면 삼삼오오 모여 연탄을 나르는 이들 중 한 명이다.

그는 전주연탄은행 대표 윤국춘 씨와 인연이 닿으면서 10여 년째 겨울에 연탄 배달을 하며 이웃에게 온기를 전하고 있다.

[#나눔동행] "온기 나누며 용기 얻었죠" 10년째 연탄배달봉사 박형진 씨
박 씨가 처음 연탄배달 봉사활동을 시작하던 2010년대 초반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우울한 때였다.

2년 만에 자리를 잡았던 사업이 갑작스레 문을 닫게 되면서 그는 끝없는 우울감과 불안감에 빠져들었다.

'왜 나한테 이런 시련이 생기는 걸까.

' 남 탓, 세상 탓을 하며 절망에 휩싸여 하루하루를 허비하고 있을 때 지인이 전주연탄은행을 소개했다.

그렇게 연탄배달 봉사에 함께하게 된 그는 다 함께 연탄을 나르며 아직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당시엔 '왜 이렇게 힘든 걸까'하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며 "그런데 봉사활동을 해보니 나만 힘든 것도 아니고, 또 힘을 모아 함께 추위를 이겨내다 보니 없던 힘도 생겨나는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봉사활동을 하며 용기를 갖게 된 박 씨는 새로운 아이템을 찾았고 이젠 기록물 소독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의 사장님이 됐다.

그는 "다 같이 봉사활동을 하고 부대끼다 보면 마음에 여유가 생겨난다"며 "여유 있게 사고하다 보니 사업도 잘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나눔동행] "온기 나누며 용기 얻었죠" 10년째 연탄배달봉사 박형진 씨
박 씨의 봉사활동은 추운 겨울 연탄배달에 그치지 않는다.

봄과 여름에도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전주연탄은행 봉사자들과 함께 밥차나 집 리모델링, 물품전달 봉사활동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여름 태풍 힌남노로 경북에 집중 호우가 내렸을 때는 포항으로 가 이재민을 위한 밥차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박 씨는 "사업을 하다 보니 일정 조절이 남들보다 자유로워 가능한 봉사활동에 많이 참여하려고 한다"며 "힘들다기보단,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 참 행복하다"고 말했다.

함께 하는 봉사활동은 행복하지만 그의 최종 목표는 연탄배달 봉사를 하지 않는 거다.

연탄보일러가 가스 중독 위험이 큰 만큼 연탄보일러 가구들이 모두 기름보일러로 바꿀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방비가 현저하게 비싸기 때문에 저소득층은 여전히 연탄보일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박 씨는 "윤 대표와 '연탄보일러 가구가 사라지는 날까지 봉사활동을 할 테지만,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한다"며 "그날까지 그들이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꾸준히 온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나눔동행] "온기 나누며 용기 얻었죠" 10년째 연탄배달봉사 박형진 씨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