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회추위 시동…조용병 회장 3연임 가나
조용병 회장(65·사진)의 임기 만료를 앞둔 신한금융그룹이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간다. 조 회장의 3연임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진옥동 신한은행장(61)과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62)의 연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내달 중순 이전 최종 후보 확정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11일 열리는 3분기 결산보고 이사회 이후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연다.

신한금융지주 회추위는 이사회 내 소위원회로 7명의 이사로 구성된 상시기구다. 회추위 규정상 3월 주주총회 이전까지인 회장 임기 만료 두 달 전까지 지주 회장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

회추위는 이날 회의에서 차기 회장 후보 선임 일정과 심의 기준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보름 정도 걸리는 후보 추천 절차를 시작해 최종후보군(숏리스트)을 발표하고 최종 면접 등을 거쳐 최종 후보를 확정하는 구조다.

앞선 2019년에도 11월 15일 1차 회의를 연 후 12월 4일 최종후보군(숏리스트)를 선정했다. 이어 같은 달 13일 오전 조 회장과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민정기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등 5명에 대한 최종면접을 진행한 뒤 오후에 조 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회추위 추천 절차도 12월 중순 이전에 끝날 것으로 보인다.

최종 후보는 신한금융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 내정자로 확정된 뒤 내년 3월 주주총회를 거쳐 2026년 3월까지 회장직을 맡게된다.

◆경쟁자와 노하우 공유할 정도로 여유로운 조 회장

차기 회장의 주요 후보군 중에선 3연임에 도전하는 조용병 현 회장이 가장 선두에 서 있다는 평가다. 신한금융은 올해 KB금융을 제치고 3년 만에 ‘리딩뱅크(1등 금융지주)’를 탈환할 정도로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조 회장은 발목을 잡았던 신한은행 채용 비리 재판 역시 지난 6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으면서 법적 리스크도 해소했다.

신한금융은 재일교포 주주 등이 있어 지배구조가 안정된 덕분에 타 금융지주와 달리 ‘관치 외풍’엔 흔들리지 않는 점도 조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배경이다.

조 회장은 2019년 연임 당시 차기 회장 면접 후보에 오른 진옥동 신한은행장 등 경쟁자들에게 자신의 첫 회장 면접 당시 발표 자료를 공유하며 "신한의 발전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자"고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 회장이 회장 경쟁 후보들에게 자신의 최종면접 발표 노하우를 공유했을 정도로 연임에 자신감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3연임에도 별다른 걸림돌이 없어 보이는 분위기"라고 했다.

◆‘포스트 조용병 체제’ 관심

금융권에선 오히려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등 '포스트 조용병' 체제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신한금융 안팎에선 조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하면 안정적인 지배구조 구축과 계열사 시너지 및 세대교체 등을 위해 2~3개의 부회장직을 신설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개의 지주 부회장직을 통해 차기 경영 승계 구도를 구축하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는 세대교체를 단행한 KB금융그룹과 비슷한 형태다. 이럴 경우 진 행장과 임 사장을 비롯해 허영택 신한금융지주 경영관리부문장(CMO) 등이 부회장 후보로 꼽힌다.

금융권 일각에선 진 행장과 임 사장 등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조 회장이 통상 2년인 연임 기간을 1년으로 줄인 뒤 내년 말 재평가에 나설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신한은행과 신한카드를 비롯한 계열사 CEO 인사도 관심거리다. 이영창 신한투자증권 대표를 비롯해 성대규 신한라이프 대표, 정운진 신한캐피탈 대표, 김희송 신한자산운용대표, 이희수 신한저축은행 대표, 배일규 신한자산신탁 대표, 배진수 신한AI 대표, 이동현 신한벤처투자 대표 등 10개 계열사 CEO의 임기도 올해 말 끝나는 만큼 조 회장이 세대교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있다.

신한금융은 차기 회장 확정 후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에서 곧바로 계열사 CEO 후속 인선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